‘탕, 탕’ 공사장에 둘러싸인 고등학교…“선생님 말도 잘 안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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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탕.”
지난 27일 오후 4시 제주시 월평동 영주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굴착기의 파쇄날이 커다란 바위를 부수는 굉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소리가 커질 때마다 신호등 모양의 ‘소음정보 알리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소음 크기가 71데시벨(dB)을 넘어 ‘매우 나쁨’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소음측정 앱은 지하철 객차 안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맞먹는 85데시벨이 찍히기도 했다.
한적한 중산간 마을에 있는 영주고가 소음에 시달리게 된 건 2년5개월 전부터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이디시(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2024년 5월 영주고를 둘러싼 25만6천평에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를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문화기술(CT) 등 첨단산업 기업 유치를 위해 2028년 8월까지 3921억원을 투입해 제주에 두번째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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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방에서 학교를 둘러싼 부지에서 흙을 파고 암반을 깨는 기초공사로 소음, 진동,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좁은 통학로를 다니는 공사 차량에 위협을 느끼는 학생과 교직원도 있다. 참다못한 학생자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600명 중 505명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4.7%가 소음·진동에 따른 수업·시험 방해를 겪었다고, 69.7%는 스트레스, 호흡기 문제, 두통, 피부질환 같은 신체적 불편을 경험했다고 했다.
2학년 이수빈 학생회장은 “책상에 손을 올리면 진동이 느껴지고, 선생님 말씀이 들리지 않아 되묻기도 한다”며 “3년의 소중한 고교 시절을 소음, 먼지, 진동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정시은 학생은 “환기를 위해 교실 문을 열면 먼지가 많이 들어와서 문을 닫고 생활하려니 많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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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아파트 단지에서도 민원이 이어지지만 행정당국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5일 이상 굴착기를 쓰는 공사는 사전에 신고해야 하고 공사 중에는 소음이 65데시벨을 넘겨선 안 되지만, 산업단지 공사장은 예외다.
실제 제주시는 총 73회 현장 행정지도에 나섰으나 과태료 부과는 1건(비산먼지 기준 위반)에 그쳤다. 제주시 관계자는 “법을 따르자면 제재할 수는 없으니까 ‘장비 수를 조금만 줄여달라’는 식으로 현장소장에게 사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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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사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시간과 시험 기간 공사 중단, 등하교 시간 공사 차량 운행 제한, 기계식 환기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기반 공사 뒤에는 입주기업들의 건물 신축 공사가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제이디시는 공사설명회, 상생협의회, 기관장 면담, 학부모 간담회를 거쳐 학교 쪽 의견을 들었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왔다고 설명한다. 7월엔 장학금 등으로 5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학교와 학부모들이 거부한 상태다.
제이디시 관계자는 “수업시간에 작업을 중단하면 공사를 아예 못 하기 때문에 학사일정을 공유받아 시험 기간 등에는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차량은 (학교 앞) 통행이 꼭 필요한 경우는 신호수를 배치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방충망은 학교를 방문한 설치 업체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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