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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농촌 온 청년들에겐 실험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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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년의 삶이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기차였다면, 지금 청년들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야 해요. 어디로 갈지, 어떤 길로 갈지 스스로 정하죠.”

지난 10월22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제2회 농포럼에서 청년들의 ‘농라이프’를 주제로 발표한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자기 삶을 설계하려는 청년들에게 농촌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월22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서 열린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 참석한 청년들이 이순미 연구위원의 발표를 듣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지난 10월22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서 열린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 참석한 청년들이 이순미 연구위원의 발표를 듣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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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청년 공동체 ‘농게더링’을 만든 이지현 뭐하농 대표는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농촌 현장을 연구한다. “귀농인도 아니고, 농업인이라 하기엔 농사 말고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럼 내 일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가 찾은 이름이 ‘농라이프’다. 농업이나 농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농촌의 삶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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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뭐하농 대표가 10월22일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국내외 농라이프 사례를 담은 ‘농라이프 1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이지현 뭐하농 대표가 10월22일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국내외 농라이프 사례를 담은 ‘농라이프 1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이 연구위원은 지난 3월 학술지 ‘농촌사회’에 실린 논문 ‘덕질의 낭만과 생존의 불안: 농촌 지향 청년들의 농라이프 실천에 대한 해석학적 현상학 분석’에서 이런 청년들의 삶을 ‘덕질’에 빗대 설명했다.

과거의 귀농·귀촌은 주로 생계형 이주나 은퇴 뒤 전원생활로 설명됐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자기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농촌을 택하는 청년들이 나타났다. 그래서 청년들의 농촌행은 일자리나 주거지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삶을 고르는 ‘라이프스타일 이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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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덕질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취미에 그치지 않는다. 관심 있는 일에 꾸준히 몰입해 전문성을 쌓고, 그것을 새로운 일과 관계로 넓혀가는 실천이다.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10월22일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지원사업을 전전하는 농촌 청년들의 ‘프로젝트 난민’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10월22일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지원사업을 전전하는 농촌 청년들의 ‘프로젝트 난민’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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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의 낭만과 생존의 불안

원하는 삶을 골랐다고 그 삶을 이어갈 조건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이 연구위원이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프로젝트 난민’이라는 말이 있어요. 농촌이 좋아서 왔는데 소득이 불안정하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을 계속 갈아타며 버티는 현실을 가리키죠.”

청년들은 취향과 가치를 실현하려 하지만, 행정은 여전히 성과와 인구 유입을 기준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창업이나 정착 같은 정책 목표에 맞춰 설계된 지원사업에 자신을 맞추다 보면, 정작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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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서는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지금, 우리는 농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와 이지현 대표는 농게더링 회원들과 함께 국내외 농라이프 사례를 살핀 ‘농라이프 1차 보고서’를 소개했다.

지난 10월22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서 열린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농사짓는 청년부터 연구자까지 다양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지난 10월22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서 열린 제2회 농포럼 ‘농, 전환을 읽다’에서 농사짓는 청년부터 연구자까지 다양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농게더링 제공

농라이프를 지속하려면

발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삶·공간·커뮤니티·경제 네 분과로 나뉘어 토론했다. 당장 성과로 드러나지 않는 실험과 관계 맺기의 가치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분과토론 내용을 전한 이 연구위원은 “적어도 지원예산의 30%는 성과나 수익을 따지지 않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실적을 증명해야 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실험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도 화두에 올랐다. 사는 곳은 달라도 관심사를 공유하는 관계가 늘면서, 사람들을 잇는 누군가의 품이 더 중요해졌다. 김주영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는 “커뮤니티가 저절로 생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모으고 연결하는 노동과 희생이 필요하다”며 “느슨한 연대라도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책임과 대가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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