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와 노 젓기 전에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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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주 제1회 대한민국 영케어러 위크가 마무리되었다. 가족돌봄으로 일과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아동·청년들이 존재함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앞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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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어러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때가 2021년이었음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내에 상당한 정책적 성과를 도출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부터 출발해 보건복지부는 청년미래센터를 수립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국책연구기관과 학계에 전문 연구자들이 생기고 당사자 단체들도 힘을 보태 정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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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된 정책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째, 문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거나 더욱 악화한다. 둘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나 조직이 변화하는 문제에 대응하기에 불충분하거나 경직되어 있다. 셋째, 정책 도입 자체가 시민의 수요를 창출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은 그러한 예 중 하나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1명당 공교육비 지출은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정책에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당국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심지어 실제 학생들의 역량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지, 본격화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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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어러를 위한 법은 2025년 통과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법의 핵심 지원 대상은 고립은둔 아동·청년과 가족돌봄 아동·청년이다. 그래서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청년미래센터는 이 두 대상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위기아동·청년은 이 두 집단이 전부가 아니다. 자립준비, 경계선 지능, 약물·도박 등 중독 아동·청년 등도 있다. 향후 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연령대에 따른 서비스 수립이 씨줄이라면, 날줄의 문제도 있다. 가족돌봄의 고단함은 아동·청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며, 아동·청년의 시기는 평생의 경로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34살에 돌봄이 멈추지 않는다. 40대 혹은 50대에 갑자기 엄청난 돌봄의 부담 때문에 일상생활이 멈추는 중장년도 있다. 고립과 은둔 역시 청년 시기에 머무는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적 위험을 가로에 넣고, 연령대를 세로에 넣어보자. 그러면 거의 모든 세대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 만일 특정 연령대의 특정 위험별로 법을 만들고, 관련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각 개인은 연령이나 가지고 있는 복합적 위험에 따라 다른 전문가를 만나야 할 것이다. 거미줄 같은 전달체계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과 공공의 협력은 또 다른 과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무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직접적 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새로운 센터를 만들고 전문가를 뽑는다. 하지만 처우가 좋지 않은 계약직으로 구성된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센터와 지자체 그리고 학교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은 공공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렵고, 권한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나 학교가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센터가 만들어지는 순간 협력보다는 책임이 전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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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센터는 시범사업 4개소에서 광역 17개소로 확장되는 중이며, 내년에는 기초지자체에 120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센터에서 일할 사람의 자격 조건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궁극적으로 현 지원체계가 돌봄과 같은 위험에 맞춘 지원체계로 진화하는 게 맞을지, 청년 전반을 돕는 지원체계로 가는 것이 좋을지 역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복지 불모지 단계에서 제도를 도입할 때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기회를 놓치면 언제 그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입기와 확장기는 다르다. 확장기에는 더 많은 요인을 꼼꼼히 검토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출은 증가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불만은 쌓이게 될 수도 있다. 꼼꼼하고 신중하게 정책을 집행하며 예산을 쓰지 못했을 경우,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기획예산처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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