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언급한 ‘청해부대 강화’ 파병 방안…“‘전쟁 연루’ 배제 못 해” 우려도
지난 5월 15일 부산 남구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출항 환송식에서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미국의 압박과 지지층 등 국민 반대 여론 사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청해부대 강화’를 두고 미·이란 전쟁에 휘말릴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병 문제와 관련해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명백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만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들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청해부대 역할 강화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중동 해역에) 청해부대가 파견돼 해적 등의 국민 안전 위협에 군이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이나 임무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확보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하면서도 국내 반대 여론을 고려해 신규 부대 파병을 피하며 상선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언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해적이 활동하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병돼 선박의 안전항해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회견 발언을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한 미 뉴욕타임스 보도에 반박하며 대미 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정부는 전쟁·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 하에 구체적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신중한 기조 속에 청해부대 역할 강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미·이란 전쟁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해부대의 주된 전력이 대형 전투함인 4400t급 구축함인 만큼, 이란은 이를 전투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이란의 위협에 군사적으로 대비하고, 파병 목적에 맞게 임무를 변경하려면 청해부대의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며 “구축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항행 안전 관련 전력을 추가 편성해 프랑스와 영국 등과 협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전시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해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종교·정당 단체로 구성된 파병반대긴급행동은 성명문을 통해 “우회적 파병 역시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위해 미국 및 국제사회와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우리 입장에 대해 이해를 표시하고 앞으로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미 외교 장관회담에선 한국의 대미 투자 문제를 두고 양국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고 밝힌 반면 한국 외교부는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 국무부는 회담 결과의 첫 번째 항목으로 ‘반도체 협력’을 언급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미투자 협상 등) 한·미 간 중요한 것들이 진전을 이루면 (핵 추진 잠수함 등) 안보 분야 협의도 빠르게 진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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