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쏟아붓고 3500억 날릴 판…톰 크루즈도 못 막은 ‘디거’ 참패

할리우드 대표 흥행 스타 톰 크루즈가 천문학적인 손실 위기에 놓였다. 거장과 손잡고 액션 히어로 이미지까지 벗어던졌지만 신작 ‘디거’가 북미에 이어 한국에서도 처참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디거’는 전날 3975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일일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은 5만3697명. 지난 3일 국내 개봉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아직 10만명의 절반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누적 매출액도 약 5억7300만원에 머물렀다.
개천절 연휴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개봉 첫 주말인 3~4일 이틀간 관객은 2만7580명에 불과했다. 이후 관객 수가 계속 줄면서 이날 오전 실시간 예매율 역시 1%대에 그쳤다.
톰 크루즈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더욱 뼈아픈 성적이다.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극장가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로 꼽혀온 그다. ‘디거’를 위해서는 무려 13번째 한국 방문까지 감행했다.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 등을 소화하며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쳤지만 정작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보다 먼저 개봉한 북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디거’가 북미 개봉 첫 주말 벌어들인 돈은 약 8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순위도 5위에 그쳤다. 해외 74개 시장에서 거둔 약 1200만 달러를 합쳐도 글로벌 오프닝 수익은 2000만 달러 수준이다.
톰 크루즈 주연 영화로는 2007년 ‘로스트 라이언즈’ 이후 19년 만의 가장 저조한 북미 오프닝 성적이다.
수입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데 들어간 돈은 어마어마하다. 현지 매체들이 추산한 ‘디거’의 제작비는 최소 1억2500만 달러에서 최대 1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당초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약 1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글로벌 마케팅 비용도 별도다.
영화가 극장에서 손익을 맞추기 위해 벌어들여야 할 금액은 약 3억~3억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출발부터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손실 규모를 둘러싼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일부 현지 매체에서는 현재 흥행 흐름이 이어질 경우 1억5000만~2억 달러의 손실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미국 연예매체 더랩은 지난 7일 극장 상영 이후 부가 수익 등을 고려하더라도 ‘디거’의 최종 손실 규모가 최대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35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영화는 아직 상영 중이다. 향후 VOD와 스트리밍, 각종 부가 판권 수익도 있어 실제 손실액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여러 업계 추정치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그럼에도 제작비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적인 스타 톰 크루즈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의 만남이라는 화려한 조합도 흥행을 보장하지 못했다.
‘디거’는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이 소유한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균열이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번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 백발과 늘어진 턱살, 불룩한 배까지 특수분장으로 만들어내며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내려놨다.
톰 크루즈 역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읽어보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다. 북미 관객 만족도를 보여주는 시네마스코어는 C+에 머물렀다. 거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한계와 난해한 풍자, 호불호가 강한 연출 등이 대중적인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서는 실제 관람객들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과 CGV 골든에그지수에서는 톰 크루즈의 연기 변신과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을 호평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좋은 평가를 남기는 관객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개봉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내 누적 관객은 5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톰 크루즈의 스타 파워도 막대한 제작비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13번째 내한까지 감행한 한국에서조차 흥행에 실패했고, 본고장 북미에서는 19년 만의 최저 오프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대 1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와 대규모 마케팅, 그리고 최대 2억5000만 달러의 손실 전망. ‘디거’는 톰 크루즈의 과감한 도전만큼이나 비싼 실패가 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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