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2명 한국으로…비공개 이송, 신변보호·당사자 입장 고려된 듯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에 파병됐다 우크라이나 측 포로가 된 북한군 2명이 최근 한국에 이송된 사실이 공개됐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신변 안전과 국제법 원칙 등을 고려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미 대화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으로 로키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힌 이후 정부는 비공개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직후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등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4일 엑스에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와 가족의 안전 등을 이유로 포로의 한국행을 물밑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용히 처리해야 신속하고 원만하게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는 데 양해가 있었고, 이는 가족의 안전이나 인권을 고려해 그렇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신분을 고려하면 포로의 국내 소재 노출 시 다른 북향민보다 신변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귀순 사실이 알려진 고위급 인사나 본인이 공개 활동에 나선 경우를 제외하면, 북향민의 입국 사실·경로 등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대다수 북향민(북한이탈주민)은 신변보호 등을 이유로 입국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미 얼굴이 알려졌다 하더라도 입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결정에는 북한군 포로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언론 인터뷰나 시민단체가 공개한 친필편지를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혀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의 희망과 국내법·국제법적 기준, 인도주의적 원칙에 근거해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전쟁 중인 당사국 대통령의 이례적인 포로 이송 사실 공개에 “아쉽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도 처음에는 한국과 같은 원칙과 입장에 따라서 비공개로 진행해 왔는데, 나중에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의 전쟁 개입이 국제법 위반 행위라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대응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한국으로 이송되는 상황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북·미 대화 추진 국면에서 정부가 북한과 마찰을 줄이려 포로의 비공개 이송을 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당은 정부의 비공개 북한군 포로 이송을 두고 북한 눈치 보기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 정권 눈치 봐서 저러는 거 국민들이 다 아는데 갑자기 ‘북한 주민 인권 때문’이라고 사기 치면 국민들이 비웃는다”고 썼다.
여당은 북한군 포로 이송을 정쟁화하는 것이 반인도적이라고 반박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정부의 비공개 조치는 포로 두 명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생명, 외교 채널과 국가 간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포로의 생명을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는 것은 반인도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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