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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100억달러 먼저 내라며…‘미국 중간선거 후폭풍’ 한국 원전 투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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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라카 원전 2호기. 한국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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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한국의 대미 원전 투자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용수 사용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면서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주요 전력 수요처로 상정하고 추진해온 원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산업통상부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통해 최대 1200억달러를 투입하는 구상을 공개하면서,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 핵심 기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급금 집행은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를 전제로 한다.

사업의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구체적인 사업 협약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형 원전 2기의 기술사용료와 기자재 공급에 관한 합의도 총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8기 건설 구상이 발표됐지만 실제 계약과 사업 조건을 확정하는 절차는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거액의 선급금 집행을 앞두고 미국 내 사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연방 의회 주도권을 확보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주에서도 잇따라 승리했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주민 전기요금과 용수 부족 문제를 키운다는 비판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결과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를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승리하면서 미국 내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이 당선이 확정된 주지사 후보 34명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32명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 강화나 제한을 지지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건설 금지 또는 일시 중단 조치까지 지지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선거 결과로 확인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주민투표는 개표가 완료된 45건 가운데 44건에서 규제안이 통과됐다. 미국 유권자 약 4분의 3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새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면서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냉각에 필요한 물을 대량으로 사용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원전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가 원전 건설 후보 지역으로 언급한 오하이오주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주민투표가 잇따라 통과됐다. 데이터센터 산업 전문 매체 데이터센터다이내믹스는 4일 오하이오주에서 최소 14건의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 또는 제한 조치가 주민투표를 통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고, 다른 지역은 대규모 사업에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로이터통신도 4일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가 미국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민주당의 승리로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수천억달러 규모의 투자 집행을 늦추거나 재검토할 여지가 커졌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미국에 1200억달러를 투입해 원전 8기를 건설하고, 텍사스주 가스발전 사업에도 22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합의는 구속력이 있는 최종 계약은 아니라고 짚었다.

원전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전력 수요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원전은 건설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전력을 구매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규제와 주민 반발로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원전이 생산할 전력을 당초 계획대로 판매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원전 건설 부지와 송전망 연결,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맺을 기업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의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이 원전 사업에 반드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반발의 핵심은 전력 공급 시설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 수요만 급증해 기존 주민들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원전이 데이터센터와 함께 들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한다면 지역 주민을 설득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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