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기시간 단축’ 반도체 규제 완화…산업부 “주52시간 특례로 연구시간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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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에서 제기하는 규제 병목(221건)의 53%는 화학물질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8개 법령에 집중돼 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은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첨단산업·메가특구 규제혁신 포럼에서 이런 수치를 제시하며 “첨단산업 규제 병목은 기업의 민원이 아닌 산업과 법령 단위에서 하향식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개별 민원을 산발적으로 수정하면 다른 법령의 규제는 그대로 남아 규제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경·안전·노동 등 규제의 고유한 정책 목적을 유지하면서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최소화하는 합리적 규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 반응하지 않아 안전에 문제가 없는 가스도 종류가 다르면 따로 보관해야 한다. 가스 보관 실린더 캐비닛은 설치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기술 변화가 빠르고 시설 변경이 잦다.”(반도체기업)
23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산업통상부는 반도체업계 현장 목소리를 담은 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현행 고압가스법은 여러 가스를 소량 저장·사용하는 반도체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체 가스시설에 획일적 규제를 적용한다. 반면 미국은 위험도 기반 안전기준을 통해 가스별 위험성과 상호 반응성에 따라 분리 보관 여부를 정한다. 반도체업계 애로 사항을 접수한 산업부는 상호 반응성이 없는 가스의 혼합 보관을 허용하고, 실린더 캐비닛 설치 허가를 건별이 아닌 여러 건을 묶어 일괄 처리하는 내용의 특례고시 제정을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산업부는 “중복 검사로 인한 설비 가동 지연을 방지해 반도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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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규제합리화위 전체회의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을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의 방향을 △시간의 단축(투자 전주기의 대기·중복 시간 단축) △시간의 창출(연구·개발 시간 확보) △시간의 효율화(범정부 조정·지원 최적화)로 잡았다고 보고했다. 전날 국무조정실의 사전브리핑에서 안홍상 산업부 반도체정책과장은 “이번 규제 합리화 방안의 핵심은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 기업 지원에 필요한 시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연구와 실증에 필요한 시간은 확보하며, 정부 지원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고 했다.
‘시간의 단축’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전을 넘어선 전격전”을 주문한 이 대통령의 정책 추진 의지를 구체화했다. 지금 제도 아래에서는 반도체산단을 조성하려면 산업단지계획 수립→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보상→설계→시공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산단 조성에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유럽연합(EU) 반도체법은 관련 시설에 신속 인허가를 적용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단일 창구화해 산단 조성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반도체산단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방안을 담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단 기획부터 가동까지 걸리는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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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에서는 반도체산단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하는 규제 완화 방안도 나왔다. 반도체는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이 반복된다. 매번 관세·환급 절차를 밟으면 물류·행정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반도체 팹(생산공장)을 보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팹별로 보세공장 특허를 받기 때문에 같은 산단 내에서 물품을 이동할 때도 매번 보세·통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정부는 “앞으로는 산업단지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외국산 장비와 원재료의 반입·가공·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 낭비도 줄이기로 했다. 지역의 한 반도체기업 수출담당자는 관세청에 “공장에서 공항까지 이동해 상품을 적재하려면 6∼7시간이 걸리는데, 수출신고가 수리된 뒤에야 물품을 공장에서 운송할 수 있다. 수리될 때까지 기다리다 비행기를 놓칠까 조마조마했던 적이 있다”고 애로 사항을 전달했다. 현행 제도는 보세공장에서 생산한 수출품은 수출신고 수리 뒤에만 반출할 수 있다. 정부는 유럽연합 사례를 검토한 뒤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 인증 보세공장에 대해서는 ‘선 운송, 이동 중 신고’하는 보세공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내년 1월 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소재 반도체기업의 적기 선적과 납품을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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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업부는 논란이 되는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규제 합리화를 통한 ‘시간의 창출’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김정관 장관 보고에 맞춰 산업부가 배포한 참고자료를 보면 “첨단 반도체는 기술적 난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고, 개발한 기술을 얼마나 신속하게 시험·검증해 실제 제품으로 생산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초광역특구(기존 메가특구) 내 반도체 핵심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검토하되, 적절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 조치를 전제로 노동계·경영계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안전과 근로자 권리는 지키면서도 현장에 맞지 않는 절차는 과감히 개선해, 반도체 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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