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I 3강’? 밖에서 본 평가는 달랐다…추격자 전략만으론 판 못 바꿔 [기자24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인공지능(AI) 3강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보다 역량이 못한 나라들과 함께해야 합니까.”
최근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쾽 AMI랩스 회장(창업자)이 한국을 찾았다. 그가 패널로 참여한 간담회에서 여러 나라가 AI 기반 모델을 함께 만드는 글로벌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소개되자, 현장에선 이런 질문이 나왔다. 한국이 직접 만드는 ‘독자 AI 모델’이면 충분하지 않냐는 취지였다.
간담회 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AI 얼라이언스의 앤서니 아눈지아타 공동의장을 따로 만나 한국의 위치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AI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단연 미국과 중국”이라며 “사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답했다. 우리가 AI 3대 강국이라고 부르는 위상이 밖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 ‘2등 그룹’이라는 뜻이다.
놀랍지는 않았다. 최근 만난 글로벌 AI 리더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비슷한 답이 돌아와서다.
그렇다면 독자 모델 개발은 헛수고일까. 그렇지 않다. 르쾽 회장은 “사람이 접하는 정보가 점점 더 AI를 거쳐 전달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정보 식단(접하는 정보 전반)이 통째로 미국과 중국의 극소수 기업 AI에 좌우되는 건 적어도 한국 같은 민주국가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핵심 AI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통제할 수 있어야 AI 주권을 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앞선 두 나라를 쫓는 추격전만이 답은 아니다. 아눈지아타 의장은 “모두가 쓰는 기반 모델은 함께 만들고 그 위에서 각자 차별화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독자 모델로 지킬 영역과 공동개발로 함께 키울 영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서두의 질문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다. 독자 모델은 양보할 수 없는 주권의 기반이고, 공동개발은 그 바깥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통로다. 내세울 무기도 이미 있다. 르쾽 회장은 피지컬 AI를, 아눈지아타 의장은 산업 AI를 한국의 기회이자 강점으로 꼽았다. 이제는 따라잡기를 넘어 판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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