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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모여봐요 우덕마을! 주민의 일상이 역사가 되는 곳 [만리재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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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주민들이 지난 16일 오후 우덕기록문화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평순·유현자·이길순·서순자·김영자·이질순·김희자 할머니. 뒷줄 왼쪽부터 김형섭 마을개발위원장, 정옥기 부녀회장, 김은숙·홍성내 할머니, 노희정 이장, 박후진 사무장. 틸트 시프트 렌즈로 촬영.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주민들이 지난 16일 오후 우덕기록문화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평순·유현자·이길순·서순자·김영자·이질순·김희자 할머니. 뒷줄 왼쪽부터 김형섭 마을개발위원장, 정옥기 부녀회장, 김은숙·홍성내 할머니, 노희정 이장, 박후진 사무장. 틸트 시프트 렌즈로 촬영.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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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가 담장 너머로 잘 익은 무화과 하나를 서리해서 베어 문다. 집 지키는 누렁이한테도 가을 햇살만큼 쨍쨍한 단맛을 보여주고 완전범죄를 꿈꾼다. 사실 들켜도 괜찮다. 이길순 할머니는 무화과를 다 따먹어버렸다고 이실직고하는 이웃에게 웃으며 “잘했어~ 무화과 엄청 달고 맛있어~”라고 말한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인심 넉넉한 이곳엔 이 마을만의 기록관이 있다. 지난 8월 정식 개관한 우덕기록문화관이다. 베틀, 카세트 플레이어, 쌍안경, 벽돌만 한 전화기 등 우덕마을 주민의 손때 묻은 물건들은 물론 1960년대부터 쌓인 마을의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 각종 회의록, 가정 건강기록부, 새마을운동 때 사진 등이다. 눈에 띄는 건 지금은 ‘전통 혼례’라고 부르는 모습의 결혼사진 여러 장이다. 지금도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의 옛 결혼사진이 이 마을의 흘러간 시간을 고스란히 펼쳐 보여준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주민들이 사용하던 옛날 쌍안경 등이 전시돼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주민들이 사용하던 옛날 쌍안경 등이 전시돼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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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주민들의 결혼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왼쪽부터 이길순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길순 할머니 결혼사진, 지난 16일 오후 김형섭 마을개발위원장이 촬영한 이길순 할머니의 모습.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주민들의 결혼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왼쪽부터 이길순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길순 할머니 결혼사진, 지난 16일 오후 김형섭 마을개발위원장이 촬영한 이길순 할머니의 모습.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주민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우덕문화기록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주민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우덕문화기록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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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어르신들이 지난 16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지난 16일 마을회관에서 만난 서순자 할머니는 시집오면서 갖고 온 상자와 “다듬빵냉이”도 기록관에 기증했다. 결혼사진도 다 갖다 줬다는 그는 “좋은 마음으로 줬으니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죽으면 애들은 구찮으니까 다 없애버리잖아. 근데 기록관은 길길이 남아 있잖아”라며 미소 지었다. 대단한 유물은 없어도 마을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은 이곳은 마을 주민의 삶을 주인공으로 삼는 특별한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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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우덕마을 개발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기록문화관에서 주민에게 기증받은 모시 한 필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원 기자
김형섭 우덕마을 개발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기록문화관에서 주민에게 기증받은 모시 한 필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 당시 사용한 손팻말과 주민들의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 당시 사용한 손팻말과 주민들의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김영원 기자

기록관의 옛 물건들 사이로 은은한 커피 냄새가 난다. 이곳은 면사무소 직원, 명절에 오가는 친척들이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유현자 할머니는 “6월에 나 팔순 때 자식, 손주, 동생들 다 와서 15명이 기록관에서 커피도 마셔서 좋았지”라며 “추석에도 자식, 손주들 다 올 거야”라고 말했다.

유현자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유현자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기록관은 마을 토박이 김형섭 마을 개발 위원장과 7년 전 귀촌한 박후진 사무장 두 명이 주축이 돼 세워졌다. 방치된 옛 경로당 건물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발견한 1960년대 물건들이 이 마을 공동체를 증명하는 민간 기록물이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박 사무장은 “주민들이 볼 수 있게 기록물을 나열했더니 어르신들이 옛날 기억을 끄집어내며 재밌어하셨다”며 “주민이 즐겁게 사는 모습에 이끌려서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둥지마을 조성사업으로 마을에 왔던 청년 인턴들이 어르신의 일상을 담은 마을 홍보 콘텐츠를 SNS에 올린 것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 사무장은 “마을 전입 인구도 중요하지만, 마을과 관계를 맺으며 오가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도 마을을 활기차게 한다”고 말했다.

박후진 사무장(가운데)이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 앞에서 꽃게와 격포항에서 이날 잡은 전어를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김영원 기자
박후진 사무장(가운데)이 지난 1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문화기록관 앞에서 꽃게와 격포항에서 이날 잡은 전어를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김영원 기자

월급 주는 사람도 없지만 두 사람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마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공모 사업에 지원해 얻은 사업비로 기록관을 옛 경로당 건물에서 옛 농어촌공사 사무실로 옮겼고, 마을 도로를 넓히면서 담장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방범용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하기도 했다. 외지인이 우덕마을과 관계 맺을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하며 마을의 활기를 북돋는다. 10월 말에 예정된 부안 기록 여행 ‘시고르 런트립’ 참가자들에게 게스트 하우스를 내어주는 식이다. 최종 목표는 마을에 요양돌봄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동력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다. 김 위원장은 “마을 기록은 우리 일상의 흔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나중에 내가 없더라도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역사에 길이 남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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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기록문화관에 2003년 4월10일 촬영한 마을 주민 단체 사진이 걸려있다. 김영원 기자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 우덕기록문화관에 2003년 4월10일 촬영한 마을 주민 단체 사진이 걸려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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