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 강국 일본과 ‘동맹’…대규모 보조금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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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대일 메모리 팹(공장)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지 메모리 생산 거점을 구축해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확보하고, 일본의 소부장 생태계와 연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가 현지 투자처로 낙점한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 미야기현은 신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하기 위한 유리한 입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엔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합작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의 지토세 공장이, 남서부의 규슈엔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들어서 있다.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도 과거 일본의 대표 디(D)램 제조사였던 엘피다 인수로 확보한 히로시마 공장을 대거 증설 중이다.
하이닉스는 20일 “인프라를 갖춘 곳은 어느 곳이라도 후보지가 될 수 있으나 (미야기현 투자가) 결정된 바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내부적으로 해당 지역에 메모리 반도체 팹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도 지난 6월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반도체 생산국이며 전력이나 재료 등 필요한 생태계가 모두 갖춰져 있다. 한국 외에 (투자 지역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며 일본의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의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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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현은 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도쿄일렉트론은 현재 여기에 1040억엔을 투자해 신규 장비 공장을 짓고 있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는 시로이시자오 기술센터를 비롯해 도요타의 소형차를 생산하는 동일본 자회사와 공장 등 대형 제조 시설도 조성돼 있다. 특히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도호쿠대학은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일본 현지 투자로 기대되는 가장 큰 시너지는 소부장 공급망 강화다. 일본이 반도체 완제품 생산 부문에서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지만, 첨단 미세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영역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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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하이닉스도 일본 기업들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지금의 하이닉스를 있게 한 일등공신인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여러장을 쌓아 올린 AI용 메모리) 핵심 공정에도 일본의 화학·소재 기업인 나믹스가 독점 공급하는 액상 언더필(반도체 전용 특수 액체 접착제) 소재가 쓰인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 미세한 회로 패턴을 형성할 때 쓰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 등도 일본 신에쓰화학과 도쿄오카공업(TOK) 등이 주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본이 2022년 이른바 ‘경제안보법’을 통과시키며 반도체를 전략 물자로 지정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조 장비 역시 수출 통제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현지에 반도체 제조공장이 있을 경우,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 현지 투자를 통한 민간 중심의 ‘한-일 반도체 동맹’으로 메모리 공급망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구실로 일본 정부가 단행한 대한민국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 조처가 이런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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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안정뿐만 아니라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거점 유치를 원하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보조금 지원도 현지 투자의 주요 기대 요인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일본 반도체 전문가는 “에스케이하이닉스가 현지 메모리 기업인 키오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에 투자해 보유 중인 지분을 향후 매각하려 할 때, 일본 경제산업성이 경제 안보 및 기술 이전 문제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 입장에선 지분 매각 대금을 현지 투자에 쓰겠다며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메모리 팹 투자를 압박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보가 대일 투자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투자 결정이 미국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꾀하려는 지정학적 기류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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