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CEO “와인 안 마시는 젊은 세대?…때가 되면 가치 알 것”

한국 와인시장 빠른 속도로 성숙
일 보로 한국 판매도 매년 증가
편의점 와인, 프리미엄 시장 입문 창구
프리미엄 와인의 본질은 진정성과 이야기
“젊은 세대가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가 되면 와인의 세계를 이해할 만큼 성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와인을 찾게 될 겁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세대의 낮은 와인 소비를 우려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와인에 담긴 가치와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와인의 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것이 프리미엄 와인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페라가모’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손자이자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의 장남인 그는 패션그룹 승계 대신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토스카나의 버려진 중세 마을을 되살려 세계적인 와이너리이자 럭셔리 리조트 ‘일 보로’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프리미엄 와인의 미래: 지속가능성과 헤리티지’ 세션에서 페라가모 CEO는 “한국이 성숙한 와인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는 일본계 주류 유통사 에노테카의 호리 신지 CEO도 연사로 참석했으며, 김상미 와인21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페라가모 CEO는 아시아 와인 시장의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2003년부터 일본 와인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한국에서도 일 보로 와인 판매가 해마다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소비자들이 당장은 맥주나 칵테일 등 다른 주류를 선호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와인의 가치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페라가모 CEO는 “와인은 8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와인 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호기심’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호리 CEO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대중적인 와인이 프리미엄 와인과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입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리 CEO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처음부터 그랑 크뤼나 최고급 와인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며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더 많은 사람이 와인을 처음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와인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새로운 와인을 탐색하고 공부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지식과 와인 문화를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와인이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때 시장도 안정되고 성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와인의 조건으로는 유명세보다 생산자의 철학과 진정성이 강조됐다. 페라가모 CEO는 자신이 운영하는 일 보로에서 와이너리뿐 아니라 숙박시설과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이러한 ‘환대(Hospitality)’ 시설 자체가 프리미엄 와인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람들이 직접 일 보로에 와서 머물고 우리가 하는 일을 눈으로 보는 것은 진정한 경험을 더해준다”면서도 “환대 시설이 없으면 럭셔리 와인이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일 보로에서는 와이너리와 숙박, 레스토랑 등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농장 전체를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후에도 프리미엄 와인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호리 CEO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유명한 와인인지 여부만 따지는 대신 한 병의 와인에 담긴 역사와 배경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리미엄 와인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한 병 한 병에 담긴 이야기를 계속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라가모 CEO 역시 “프리미엄 와인은 항상 진정성 있는 경험과 연결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토양과 포도나무의 관계를 고민하는 생산 철학, 오랜 시간 축적된 양조 기술 등이 결국 프리미엄 와인을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은 페라가모 가문의 헤리티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페라가모 CEO는 가업을 단순히 그대로 이어가는 것보다 가족이 지켜온 가치와 철학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앰버서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패션이든 호텔이든 와인이든 사업 분야 자체보다 가문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품질과 철학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이 헤리티지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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