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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우리 개가 자꾸 풀을 뜯어먹어요”…수의사가 말하는 의외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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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풀을 먹는다고 무조건 아픈 것도, 무조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풀을 먹는 행동 자체보다 먹는 장소와 양, 그리고 이후의 몸 상태다. pexels

개가 풀을 먹는다고 무조건 아픈 것도, 무조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풀을 먹는 행동 자체보다 먹는 장소와 양, 그리고 이후의 몸 상태다. pexels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한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개가 풀을 먹는 모습은 엉뚱하고 낯선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산책 중 반려견이 잔디나 들풀을 뜯어 먹는다면 무조건 말려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개가 풀을 먹는 것은 비교적 흔한 행동이며,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개라면 가끔 소량을 먹는 정도는 대체로 괜찮다.

미국 수의학 학술지 ‘응용동물행동과학’에 2008년 발표된 연구는 개의 풀 섭취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건강한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풀이나 다른 식물을 먹는 개가 적지 않았다. 식물을 먹는 개 1571마리 가운데 68%는 매일 또는 매주 식물을 먹었고, 79%가 가장 즐겨 먹는 식물로 풀을 꼽았다. 풀을 먹기 전에 자주 아픈 기색을 보인 개는 9%, 먹은 뒤 자주 구토한 개는 22%에 그쳤다. 풀을 먹는 행동 자체가 질병이나 영양 결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는 왜 풀을 먹을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풀의 맛이나 식감을 좋아하거나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먹는다는 설명이 있다. 야생에서 먹잇감과 식물을 함께 섭취하던 조상의 습성이 남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식이섬유를 보충하거나 소화에 도움을 얻으려는 행동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흔히 알려진 ‘속이 불편해서 풀을 먹고 토한다’는 설명도 일반화하기 어렵다. 미국 동물병원 VCA의 수의학 정보에 따르면 풀을 먹은 뒤 구토하는 개는 일부에 불과하다. 오히려 건강한 개가 별다른 증상 없이 풀을 먹는 경우가 많다. 다만 평소와 달리 갑자기 풀을 집요하게 먹기 시작하거나 구토와 설사, 식욕 저하, 무기력 등이 동반된다면 소화기 질환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수의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물론 아무 풀이나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풀 자체보다 풀에 묻어 있을 수 있는 물질이 더 위험하다. 제초제나 살충제, 비료가 뿌려진 잔디는 반려견에게 유해할 수 있다. 다른 동물의 배설물에 오염된 풀을 먹다가 회충이나 구충 같은 장내 기생충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독성이 있는 야생식물이나 버섯을 함께 먹을 위험도 있다. 특히 잔디 사이에 자라는 뾰족한 식물 씨앗이나 가시가 입과 코에 박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조경을 위해 관리하는 공원이 아닌 자연 생태공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야생동물이나 다른 산책견의 배설물로 오염될 수 있고, 독성 식물이 자랄 수도 있다. 관리 주체에 약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반려견이 풀을 먹지 않도록 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끔 풀을 조금 뜯어 먹고 평소처럼 잘 먹고 잘 논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반복적으로 풀을 찾아다니는 행동은 제지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는 산책 중 반려견의 행동을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간식이나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풀을 먹지 말라는 신호에 반응하도록 미리 훈련을 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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