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천명에 강제로 지방 전근 가라니”...금융권 이전 둘러싼 경제학

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국가균형발전’ 이유로 내세워
해당 기관 직원들은 강력반발
팽팽한 갈등 풀어나갈 해법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가 금융권 종사자들로 가득 찼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저지 등이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됐다. 앞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의 96.1%가 찬성했고, 금융노조 산하 42개 지부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번 파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요구는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하반기에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이유는 ‘국가균형발전’이다. 사람과 일자리, 자본 등이 서울과 수도권에 지나치게 몰리면서 지방의 인구와 경제활동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동하면 직원들의 지역 정착과 소비가 늘고, 협력업체나 관련 기업이 따라 이동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금융기관도 주요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부산·대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세종, 농협중앙회는 나주 등이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현행법을 고쳐야 하는 만큼 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수도권을 떠나면 정부 부처와 국회, 기업 본사, 다른 금융회사 등과 업무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국책은행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정부의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관과 빠르게 소통해야 하는 만큼 본점 이전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 인력이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거나 이탈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균형’과 ‘효율’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적 자원을 지방으로 나눠야 국가 전체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금융권은 금융기관이 서로 가까이 모여 있어야 정보와 인력이 빠르게 오가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금융기관을 옮기려 하고, 금융권은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위해 수도권에 남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기관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산업의 효율성 가운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선택이기도 하다.
수도권 일극 집중 심각 vs 서울 경쟁력 흔들릴 것
올가을, 정부는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에 밀집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재배치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은 물론 농협중앙회, 예금보험공사 등 여러 금융 관련 기관이 이 명단에 오를지가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런데 기관 하나를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이 물음 뒤에는, 좀처럼 화해하기 어려운 두 개의 경제 논리가 맞서 있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균형’과 모여 있어야 힘이 난다는 ‘효율’이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탄탄한 근거 위에 서 있어, 어느 편이 옳은지를 성급히 가리기보다 두 논리를 각각 뜯어보는 편이 이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의 출발점은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인구도, 일자리도, 자본도 서울과 수도권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그 결과 지방은 사람이 빠져나가며 활력을 잃어간다는 진단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규모가 크고 좋은 일자리를 갖춘 기관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 자체로 지역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기고, 협력업체와 관련 기업이 따라 들어온다.
특히 금융기관은 이 논리에서 매력적인 대상이다. 금융은 고소득·전문직 일자리가 몰린 산업이라, 본점이 내려가면 지역의 위상과 세수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금융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입장에서 이런 기관의 본점 하나는 곧 양질의 일자리이자 도시의 이름값이며 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이 된다.
금융권이 기대는 논리는 ‘집적경제(Economies of Agglomeration)’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집적경제란 경제주체들이 한 공간에 밀집해 있을 때, 흩어져 있을 때보다 더 큰 효율과 생산성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을 처음 체계화한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기업들이 가까이 모여 있으면 상품과 인력, 기술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집적경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가 그 예로 꼽힌다. 국회의사당에서 걸어서 10분 남짓한 좁은 일대에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본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금융권은 금융이 이렇게 한곳에 밀집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과 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인 만큼 금융회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회계·컨설팅 인력이 지척에 모여 있어야 정보가 빠르게 오가고 협업도 즉각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대립을 좀 더 객관적인 숫자로 짚어볼 수도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지난 3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39차 보고서에서 서울은 전 세계 137개 도시 가운데 종합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도쿄(10위), 프랑스 파리(19위)를 앞지른 순위다. 금융권은 서울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의도를 축으로 한 금융 집적이 밑바탕이 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같은 발표에서 부산이 종합 23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이어간 점은, 지방에도 금융 거점이 자랄 토양이 있다는 근거로 읽히기도 한다.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부산 역시 자체적인 금융 집적을 갖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논리가 팽팽하다 보니 ‘옮기느냐 마느냐’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균형을 앞세우는 쪽은 수도권에 쏠린 힘을 지방으로 나눠야 나라 전체가 고르게 성장하며, 금융도 그 흐름에서 비켜설 수 없다고 본다. 효율을 앞세우는 쪽은 모여야 힘을 내는 금융의 특성상 인위적인 분산이 애써 쌓은 경쟁력마저 흔들 수 있다고 맞선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금융을 내려보낼 것인가, 금융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 남길 것인가. 두 가치는 지금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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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식 기자·이건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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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인 국책은행으로 거론됐습니다.
기업 자금 공급과 정부 금융정책 수행 과정에서 여러 기관과의 신속한 협업이 업무 기반으로 작용합니다.
본점 재배치의 지역금융 거점 효과와 정책금융 협업 효율을 함께 따지는 논의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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