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해킹’ 당한 은행들, 연 수백억 쓰고도 뚫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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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해킹’에 뚫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정보 보호에 해마다 수백억원씩 쓰면서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뱅킹 같은 핵심 전산망이 아니라, 대출 모집인 조회나 직원용 업무 시스템처럼 보안 관리가 느슨했던 ‘사각지대’의 허점을 노출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해킹 비용을 낮춰 공격 대상을 전방위로 넓히고, 더 정교한 ‘맞춤형 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보안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보이스피싱·대출 사기 등 2차 피해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5일 금융감독원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지난해 정보 보호 목적으로 집행한 금액은 약 1240억원이다. 최근 해킹 공격으로 고객 2만5729명의 정보가 유출된 신한은행의 정보 보호 집행액은 지난해 317억원에 달했다. 각각 119명, 89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해 393억원, 53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 4일까지 개인 정보 유출이 확인된 금융회사는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을 포함해 7곳, 피해 규모는 개인 6만6천여명과 법인 2200여건이다. 은행들은 모두 핵심 금융 전산망이 아니라 직원이나 대출 모집인 등이 쓰는 자체 업무 시스템이 정보 유출의 통로가 됐다. 정보 보호에 거액을 쓰고도 보안 관리와 내부 통제가 취약했던 ‘쪽문’이 뚫린 것이다.
인공지능의 해킹 활용 여부와 공격 주체 등이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 관련 경고가 거듭 제기된 만큼 이번 사태는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 구글 딥마인드, 카네기멜런대, 앤트로픽 등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보안 취약점을 찾는 비용이 크게 줄어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해커 입장에서 공격할 가치가 없었던 금융회사 자체 업무 시스템 등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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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우려는 유출된 개인 정보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스미싱(문자메시지 사기) 등 금융 사기 수법도 인공지능을 접목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은행들이 해킹 피해 전액 보상 방침을 밝혔지만, 피싱 피해가 이번 정보 유출 때문이라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 당국은 은행 자율에 맡겼던 자체 업무 시스템까지 점검 대상을 넓히고 2차 피해 보상 기준도 미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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