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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1, 2026

‘극단 폭염’의 확산…서유럽·호주선 봄, 중국·동남아는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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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럽에서는 5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어 수만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재난으로 이어졌다. 당시 영국 런던 거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남성의 모습. AP 연합뉴스
올해 유럽에서는 5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어 수만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재난으로 이어졌다. 당시 영국 런던 거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남성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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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도 심화한다. 이는 단지 가장 뜨거웠던 계절이 더 뜨거워질 뿐 아니라 뜨겁지 않던 계절 역시 뜨거워질 것이란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4년, 가을로 접어든 9월 서울에 역대 가장 늦은 시기의 폭염경보가 내려진 바 있다. 더위에 대한 대비가 필요 없던 계절에 폭염이 찾아오면, 인체와 사회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선 극심한 더위가 발생하는 계절의 ‘경계’가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캐서린 이바노비치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원이 주도하는 연구진은 최근 ‘미국 지구물리학회 선행 연구 논문집’(AGU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5년 동안 전세계 육지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극심한 고온이 발생하는 시기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지 ‘여름’이라는 기상학적인 시기적 구분과 무관하게, 1980~1989년 지역마다 상위 5%에 해당하는 일최고기온이 가장 자주 발생한 3개월을 ‘극단적 폭염기’(extreme heat season)로, 그 이전과 이후 두 달을 각각 ‘전기’와 ‘후기’로 규정했다. 그리고 최근 10년(2015~2024년)과 비교해 이 시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온도계를 사용한 ‘건조 폭염’과 습구흑구온도(WBGT)를 사용한 ‘습한 폭염’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분석했는데, 건조 폭염은 식물과 생태계에, 습한 폭염은 인간에게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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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폭염’(위)과 ‘습한 폭염’(아래)의 변화 양상을 나타낸 그림. 녹색은 전통적인 ‘극단적 폭염기’의 ‘전기’(중위도 지역 봄에 해당)에 폭염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보라색은 ‘후기’(중위도 지역 가을에 해당)에 폭염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출처 카본브리프
‘건조 폭염’(위)과 ‘습한 폭염’(아래)의 변화 양상을 나타낸 그림. 녹색은 전통적인 ‘극단적 폭염기’의 ‘전기’(중위도 지역 봄에 해당)에 폭염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보라색은 ‘후기’(중위도 지역 가을에 해당)에 폭염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출처 카본브리프

분석 결과, 이전에 견줘 최근 10년 동안 극단적 폭염이 발생하는 시기가 ‘극단적 폭염기’를 넘어 그 앞뒤로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1989년에는 전세계 육지의 93%(습한 폭염은 86%)에서 극단적인 폭염이 ‘극단적 폭염기’에 발생했을 정도로 발생 시기가 3개월 정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5~2024년에는 ‘극단적 폭염기’의 앞뒤인 ‘전기’와 ‘후기’에도 극단적 폭염 발생이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전세계 육지의 50%(습한 폭염은 48%) 지역에서 이 같은 확산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확산하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서부·남동부, 동부 중국, 동유럽,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부 등 지역에선 ‘후기’(중위도 지역에선 가을에 해당) 방향으로 확산한 반면, 서유럽, 남아프리카, 파키스탄, 북서부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일부 등에선 ‘전기’(중위도 지역에선 봄에 해당) 방향으로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지 ‘여름이 앞뒤로 늘어난다’, 곧 평균기온이 올라서 폭염 발생 역시 일정하게 늘어난다는 설명으론 해명되지 않는 양상이다. 연구진은 이를 ‘비대칭적 확장’(asymmetric expansion)이라 부르며, 연평균 기온 상승 이외에 계절별 강수량 변화, 토양 수분 변화, 토지 이용 변화, 농업과 관개, 태평양·대서양의 장주기 자연 변동 등 다양한 요인이 지역적으로 불균일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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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에이(LA) 등 서부 지역에서는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이 종종 가을 산불로 이어진다. 한겨레 자료
미국 엘에이(LA) 등 서부 지역에서는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이 종종 가을 산불로 이어진다. 한겨레 자료

이번 연구는 폭염 발생 시기의 확장이 지역별로 다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미국 서부에서는 극단적 폭염기가 가을까지 연장되면서 폭염과 산불 위험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 여름철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진 결과, 땅을 건조하게 하여 가을 산불 위험을 키운다는 우려는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미국 남동부에서는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이 대서양 허리케인 발생 시기와 겹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극단적 폭염기가 여름 초입이나 봄철로 확장된다면, 미처 더위에 적응하지 못한 인체와 냉방 시설을 이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바노비치 연구원은 “여러 재난이 동시에 또는 빠르게 연달아 발생할 경우 각각 따로 발생할 때마다 훨씬 더 위험하고 큰 피해를 초래한다”며 “극단적 폭염기가 어떻게 확산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위험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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