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정치’가 만든 이중전선…상대엔 전면전, 내부는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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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계는 실제 시간보다 앞서 돌아간다. 정치인들의 눈길은 이미 2028년 4월12일 국회의원 총선거로 향하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정국은 어떻게 될까?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정치의 수단은 권력이다. 권력을 잡아야 가치와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최종 목표는 민생이다.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려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 목표를 잃어버리면 정치는 정치인의 출세 도구로 전락한다. 과거 정치는 예술에 가까웠다.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명분을 중시했다. 경쟁자와 대화하고 타협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는 격투기에 가깝다. 경쟁자를 악마화하고 유권자를 갈라친다. 그래야 이기기 때문이다.
증오와 혐오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온 국민이 편을 갈라 싸운다. 정서적 내전 상태다. 중간 지대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 양극화다. 왜 그럴까? 확증 편향의 동굴에 갇힌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권력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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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유권자 추적 조사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용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나와 다른 정치적 성향의 사람을 친구로 삼을 수 있는지’ 물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친구로 삼을 수 있다’는 응답이 2025년에는 13.6%포인트, 2026년에는 25.5%포인트 떨어졌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갈수록 친구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2022년 3·9 대선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는 고빗길이었다. 양당 지지자들은 각 진영의 빌런을 대선 주자로 소환했다. ‘대통령 잘할 사람’이 아니라 ‘저쪽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사람’을 후보로 세웠다. 빌런 대 빌런의 대결이었다. ‘윤석열 빌런’이 ‘이재명 빌런’을 간발의 차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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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진영은 선거 뒤에도 격렬하게 싸웠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견디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자폭’했다. 그 뒤를 이재명 대통령이 이었다. 비슷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 지지자 상당수는 이재명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여야의 전면전 못지않게 여권 내부와 야권 내부의 권력투쟁도 격화하고 있다. 증오와 혐오가 각 정당 내부로 스며든 탓이다. 같은 편이었다가 갈라서면 극도로 미워하게 된다. 인간이 본래 그렇다. 골육상쟁, 동족상잔, 형제의 난이 더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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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김민석, 정청래가 맞붙은 8·17 당원대회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구 모임이 깨지고 친인척과 언쟁을 벌인다.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도 장동혁과 한동훈 패거리로 갈려 그들 나름의 내전을 치르고 있다. 장동혁, 한동훈 지지자들은 서로를 민주당보다 더 싫어한다.
중장기적인 정국 변수는 여야의 전면전과 각 진영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는 두 개의 대치 전선이다. 두 전선이 얽히고설켜 온갖 변주를 빚어낼 것이다. 이중의 양극화는 앞으로 계속 우리나라 정치를 비틀고 민심을 왜곡할 것이다.
온 국민이 승자독식 권력 게임에 몰두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민생이 멍든다. 부동산, 일자리, 수도권 집중, 저출생 고령화 등 민생 대책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정책이 먹힌다. 정치가 바로 서야 정책이 바로 선다.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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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잘한 결정이다. 정치인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대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를 참 못한다. 정책실장, 비서실장 같은 요직 인사는 후임자를 동시에 발표하는 게 정석이다. 그래야 후임자에게 시선이 확 쏠리면서 개편 효과가 나타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그런 기술이 부족하다. 어쨌든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청와대를 개편해야 한다. 폭과 내용이 궁금하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국정감사다. 10월6일부터 27일까지다. 올해 국정감사도 내용은 부실하고 싸움은 치열할 것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고편이었다. “악마” “갱년기냐” 수준의 폭언과 조롱이 난무할 것이다.
법안과 예산안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의 뜻대로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힘이 없으니 악만 쓸 것이다.
개헌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개헌 국민투표를 전국 선거와 분리해서 내년 상반기에 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린다. 개헌하기 싫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개헌은 안 된다. 국민의힘의 개헌 반대는 2028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개헌이 안 되면 어느 쪽이 집권하든 성공할 수 없다. 끝없는 비극이다.
2027년에는 재보궐선거가 있다. 상반기 재보선은 4월7일이다. 2월28일까지 궐위된 선출직 공직자를 새로 뽑는다. 강릉 국회의원, 고령군수 등이 확정됐다. 하반기 재보선은 10월6일이다. 8월31일까지 궐위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새로 뽑는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서울시장이다. 2월28일까지 오세훈 시장 피선거권 상실형이 확정되면 4월7일에 선거한다. 8월31일까지 피선거권 상실형이 확정되면 10월6일에 선거한다. 무죄 또는 피선거권 유지형이 선고되거나 재판이 늦어지면 선거가 없을 수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은 2028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여야 모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벌써 외부 영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안철수, 신동욱, 유승민 등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차기 대선 주자들의 앞날은 어떨까? 정치인들의 운명도 여야 극한투쟁과 내부 권력투쟁이라는 이중의 양극화에 의해 뒤틀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였다. 얼굴에서 웃음기와 장난기가 사라졌다. 인간은 잘나가면 오만해지고 위기에 처하면 겸손해진다. 신이 인간의 유전자를 그렇게 설계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멈출 수 있을까? 시간만 좀 늦춘 것일까?
회견 이후에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여전히 사면초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공격보다 조국, 추미애, 유시민, 김어준 등의 공격이 더 버겁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점은 ‘일잘러’다. 약점은 만기친람 리더십이다. 아직은 임기 초다. 기회가 있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위험하다.
김민석 대표는 자신이 대표가 되면 민주당 지지도를 10%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높은 인지도는 김민석 대표의 강점이다. 부실한 실력은 약점이다. 재보선이나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9월18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야 대표 평가에서 김민석 대표는 긍정 30%, 부정 48%의 성적표를 받았다.(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낙제 점수다. 역대 민주당 대표 가운데 김민석 대표보다 긍정 평가가 낮았던 사람은 2014년 김한길 20%, 2015년 문재인 18% 둘뿐이었다.
추미애 경기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유시민 전 의원, 김어준씨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대표의 개혁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진정성이 있겠지만 ‘자기 정치’나 ‘자기 장사’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 안팎에는 김민석 대표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며 우원식 전 국회의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원식 전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의 서사가 있고 을지로위원장 출신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복원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통합의 정치인이다. 보수와 국민의힘, 민주당 비주류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두 사람의 소환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장동혁 대표는 한국갤럽 평가에서 긍정 21%, 부정 61%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2년 박근혜 대표 이후 평가가 가장 나쁘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긍정 39%, 부정 49%로 부정 평가가 높았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전 당원 투표를 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장동혁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그 전에 쫓아낼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정치에는 “지지도가 깡패”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떨어지면 장동혁 대표가 버틸 수 있을까? 윤 어게인 성향 강성 책임당원의 지지는 장동혁 대표를 버티게 하는 강점이다. 그러나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확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의원은 지금 ‘화양연화’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여야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검사스러움’은 여전히 그의 약점이다.
한동훈 의원은 “이빨을 뽑아 버리겠다” “받아 처먹었다” “똥별” 등 놀라운 어록을 남기고 있다. 그가 쓰는 말은 검사나 조폭의 언어다. 정치인은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명제를 남겼다.
게다가 보수는 배신자를 싫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윤석열을 배신한 한동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꽤 많다. 한동훈 의원이 극복할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순간 날개를 활짝 펼칠 것이다. 정치적 경륜과 중도 확장성이 최대의 강점이다. 장동혁, 한동훈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의원도 그들 나름대로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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