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시대’ 천문학자의 조언 “모든 별은 ‘불안’에서 시작…우주를 보라”

광고
전후 세계를 떠받쳐온 국제질서에 금이 가고, 인공지능 발달과 기후위기로 인류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는 시대.
익숙한 세계가 흔들릴 때 우리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주최 한겨레신문사)에 특별강연자로 초청된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성탐사센터장은 그 답을 ‘우주’에서 찾았다. 그는 이날 오후 ‘균열의 시대, 천문학자가 미래와 나를 대하는 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균열과 불안함 덕분에 별들과 우리 지구가 생겨났다”며 “지금의 불안을 우주의 시각으로 넓혀본다면, 불안정은 우리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행성의 궤도와 속도에 관한 3가지 ‘케플러의 법칙’을 발견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삶을 ‘균열’의 예로 들었다. 케플러는 태양계 운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법칙들을 남겼지만, 루터교 신앙을 버리지 않아 살던 도시에서 쫓겨났고, 어머니가 마녀재판에 회부되는 고초까지 겪으며 유럽의 10여개 도시를 떠돌았다.
광고
케플러가 활동한 17세기 초에서 40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달라졌을까. 심 센터장은 “지금도 어디선가는 전쟁이, 어디선가는 성별·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젊은이들은 에이아이(AI) 물결에 휩쓸리면서 준비해온 직업을 계속 가질 수 있을지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나면 질서가 완전히 바뀌고 사회 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기득권을 잡은 이들에겐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지만, 아직 세력을 잡지 못한 이들은 더 큰 불안정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런 불안을 느낄 때, 우주를 생각해보라’는 것이 심 센터장의 조언이다. 그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별 탄생 영역 사진과, 우주 먼지가 뭉쳐 행성계를 이루는 과정을 담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우주 먼지는 서로 인력으로 뭉치다가 근처 초신성 폭발 같은 사건이 톡 건드려주면 별로 탄생한다”며 “누군가 먼지 구름을 섭동하지 않으면 별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섭동’은 행성이나 위성이 중심 천체의 인력만 받으면 정확한 타원 궤도를 돌지만, 다른 천체의 인력이 함께 작용해 궤도가 조금씩 벗어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천문학 용어다. 의미를 넓혀 보면, 안정된 상태를 흔드는 외부의 작은 교란을 뜻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섭동과 흔들림은 변화와 창조의 에너지인 셈이다.
광고
광고
심 센터장은 “케플러는 원래 성직자가 되려 했다가 수학자·천문학자가 됐고, 나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연구했지만 달 탐사 연구를 하게 됐다”며 “과거의 자신을 실패한 경험으로 여기거나, 갑자기 격변이 생겨 누군가 나를 섭동하는 바람에 방향을 바꿔야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위로를 전했다.
그는 “사회가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 혹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느냐에도 당연히 귀를 기울이고 눈을 돌려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의 내면의 지도를 그려보는 게 어떨까”라고제안했다.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이 시대를 버티고 지나가 보면 나중에 굉장히 넓은 길을 쓸어온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기대하고 오늘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