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이 야성 키웠다…돌아온 ‘라이온 킹’
“마침내 해냈다” 선수들과 팬들 환호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전 9회초 수비에서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정규 2위’, KS선 KIA에 1승4패로 눈물…작년엔 PO 탈락
올해 베테랑 최형우·페덱 영입해 투타 보강…막판 위기에도 ‘뒷심’
강민호, 22년 만에 첫 우승…박진만 “강투수, 과감한 투입 통했다”
2년 전 우승 문턱에서 돌아선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탈환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2014년 이후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은 3회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구자욱, 르윈 디아즈, 김영웅의 연속 적시타로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5회에는 상대 실책과 집중타를 묶어 8점을 뽑으며 승부를 사실상 갈랐다. 원태인은 선발로 돌아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크리스 페덱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성은 2024년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KIA에 1승4패로 졌다. 포스트시즌에 나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도 실패했다. 삼성은 이번 시즌 직전 베테랑 최형우(43)를 FA로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빠르게 대처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이탈한 맷 매닝 대신 잭 오러클린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지난 8월에는 페덱을 영입했다. 고졸 신인 장찬희와 양창섭이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구자욱과 최형우가 타선을 이끌었다.
위기도 있었다. 시즌 막판 구자욱과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까지 나섰고 베테랑 포수 강민호(41)는 옆구리 부상을 안고 뛰었다. 원태인은 불펜까지 맡았고 이승민은 상대 좌타선을 막기 위해 시리즈 전 경기에 등판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끈질겼다. 1차전에서 0-8까지 뒤지다 7-8까지 추격했고, 2차전은 연장 12회 끝에 승리했다. 대구로 돌아온 뒤 3·4차전을 연달아 잡으며 흐름을 굳혔다.
구자욱 ‘MVP’ 삼성 구자욱이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주장 구자욱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5득점을 기록했고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정규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1차전 추격 홈런, 3차전 2타점 3루타, 4·5차전 결정적 적시타 등 매 경기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타격왕 구자욱은 “허벅지 검진 결과, 전치 12주가 나왔는데 믿기지 않았다”며 “이상하게도 빨리 호전됐다. 물심양면으로 돌봐준 트레이너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프로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었다. 2004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는 올해 정규시즌까지 2607경기에 출전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옆구리 부상으로 스윙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마스크를 쓰며 안방을 지킨 강민호는 “영혼을 갈아 넣었다. 진짜 절실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수 시절 현대와 삼성에서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뒤,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박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강한 투수를 승부처에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의 분수령으로는 연장 12회 끝에 잡은 2차전을 꼽았고, 부상을 안고 뛴 구자욱·강민호·최형우와 마운드를 버틴 페덱·후라도·이승민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2년 전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냉정해져라”를 꼽으며 “내년에는 더 두터운 선수층과 강한 불펜을 바탕으로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KT는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고 마지막 승부에서 웃지 못했다. 당초 삼성에 크게 우세하리라는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팀 창단 90승과 10연승이라는 기록으로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는데, 마지막에 우리 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1차전에서 8-0에서 8-7까지 쫓긴 채로 힘들게 이겼다. 연장까지 간 2차전을 놓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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