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K팝 따라 부르다 ‘이것’까지…한국어 배우기에 푹 빠진 세계

한류 열풍 한국어로 번져
작년 세종학당 수강생 24만명
해외 한국어 교육 기관
89개국 273곳으로 확대
그리스·르완다서도 열공
한국어를 배우는 대학생 A씨(23)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다가 한국어에 빠졌다. 콘텐츠를 즐기던 관심이 그 안에서 쓰이는 말로 옮겨간 것이다.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접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일상을 이야기하거나, 발음과 문법을 익혀 한국인과 대화하는 영상을 올린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해 실력을 뽐내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어가 K팝과 K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어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교육 수요도 커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헌트릭스가 라이벌 그룹 사자보이즈를 ‘후배’라고 부르는 장면은 한국의 호칭 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됐다. 단어의 뜻을 알려면 인물들이 어떤 관계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콘텐츠 속 대사 하나가 언어와 문화를 함께 배우는 소재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커진 관심은 한국어 교육기관의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은 지난 6월 23개국에 세종학당 29곳을 새로 지정해 전 세계 89개국 273곳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그리스·르완다·스리랑카에는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지정됐다. 그리스에서는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가 한국외국어대와 손잡고 운영을 맡았다. 르완다에서는 현지 대학이 주르완다 한국대사관과 협력하고, 한국 취업 수요가 있는 스리랑카에도 세종학당을 통한 교육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신규 지정 공모에는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45개국 102개 기관이 지원했다. 지난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수강생은 온·오프라인을 합쳐 23만902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2025 언어 학습 리포트’에서 한국어는 해당 앱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학습한 언어 6위에 올랐다. 전년도 7위에서 이탈리아어를 제치고 한 계단 상승했다.
학습자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글로벌 한국어 학습 앱 ‘가나다라’를 운영하는 이현준 이카이스 대표는 동남아시아와 영어권뿐 아니라 몽골·우즈베키스탄, 유럽과 남미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한국어 학습 수요가 뚜렷하게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가나다라에는 120개국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홍석우 서울대 한국어교육센터 팀장은 몽골·러시아·인도·튀르키예 출신 수강생이 늘었다며 “여러 국가에서 한국어 학습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준 대표는 “한국어 시장의 몸집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K팝을 따라 부르고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람 사이에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마음인 ‘정’처럼, 단어의 뜻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알아가는 일도 한국어 공부의 일부가 되고 있다.
AI와 한국어로 대화…게임하며 단어 외워요
인공지능(AI) 튜터 앱으로 발음을 교정받고,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한국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퀴즈나 게임을 하듯 단어를 외우기도 한다. 학원이나 세종학당에서 교재를 펴고 배우는 수업에 더해, 한국어를 익히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배우려는 사람이 늘자 교육기관과 기업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세계 한국어 학습 시장 규모를 2024년 72억달러로 추산하고, 2034년에는 67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과 학습 콘텐츠, 평가 등을 포함한 민간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치다.
글로벌 한국어 학습 앱 ‘가나다라’를 운영하는 이현준 이카이스 대표도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세종학당 같은 공공기관 중심의 정규 교육에서부터 ‘가나다라’ 같은 민간 플랫폼의 콘텐츠형·AI 기반 학습까지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시장이 일시적 붐이 아니라 다양한 수요층을 감당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교실 밖에서도 한국어로 대화해요
세종학당재단은 지난 3월 학습 앱 ‘손안의 세종학당’과 ‘세종학당 AI 선생님’을 각각 2.0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AI를 상대로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와 기능을 보강했다.
앱을 써 본 한 이용자는 “외국에 있는 학생이나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은 한국 사람과 직접 말을 나누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은데, 이 앱으로 미리 말하기 연습을 해두면 부담 없이 한국어를 익힐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한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적은 학습자에게는 수업 밖에서도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세종학당재단은 컴퓨터를 활용하는 ‘단계적 적응형 세종한국어평가(iSKA)’를 운영하고 있다. 응시자의 답변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에 제시되는 문제의 난이도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모든 응시자에게 같은 난이도의 문제만 제시하는 대신에 각자의 한국어 수준에 맞춰 평가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도 여러 학습 방식을 한곳에 모으고 있다. 이카이스에 따르면 ‘가나다라’는 영상 강의와 퀴즈, 실시간 수업, 말하기 학습, 한국 문화 콘텐츠, 한국어능력시험(TOPIK) 대비 과정 등을 제공합니다. 3.0 버전에서는 강의 영상과 학습 퀴즈를 갖추고 단계별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학습자는 자신의 수준과 목적에 맞는 내용을 골라 공부할 수 있다.
드라마가 좋아서, 한국 대학에 가고 싶어서
학습 방법이 다양해지는 배경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의 차이도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말을 이해하려는 사람과 한국 대학의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수업은 같지 않다.
이현준 대표는 K팝·K드라마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 유학과 취업, 한국 생활을 준비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공부를 진학이나 진로로 연결하는 학습자도 있는 것이다.
홍석우 서울대 한국어교육센터 팀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정규과정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의 학습자가 상당수 있으며, 한국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정규과정을 수강하는 사례도 자주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진학과 학업 등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한국어를 학습하는 수요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이유가 다르면 수업도 달라져야
학습자의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무엇을 배우려는지에 맞춰 수업을 구성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강의를 이해하거나 글을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일터에서 쓰는 말도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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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식 기자·김주원 인턴기자]
듀오링고
DUOL
Duolingo, Inc. NASDAQ
듀오링고의 2025 언어 학습 리포트에서 한국어가 인기 학습 언어 순위 6위에 올랐습니다.
모바일 기반 언어 학습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의 한국어 학습 수요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언어 학습 앱의 순위 상승이 플랫폼 전반의 이용자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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