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쓸 수 있는 AI, 지역경제에 새 기회”

9월 15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2026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은행이 2023년부터 이어온 연례행사로, 기업·학계·정부 관계자들이 지역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주제는 ‘AI 확산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지형’이었다.
개회사에 나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들여오느냐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역량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 지역 산업까지 함께 바꾸는 ‘보완적 혁신(complementary innova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정하는 곳이다. 그런 한국은행이 서울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 곳곳의 지역경제까지 내려와 살피고 있다. 지역마다 본부를 두고 그곳 경기를 조사해 ‘지역경제보고서’라는 자료까지 펴낸다. 나라 전체를 보는 중앙은행이 왜 지역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보는지 궁금해진다.
핵심은 한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기준금리에 있다. 기준금리는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경기와 물가, 고용은 수도권과 지방이 저마다 다르다. 이 온도 차를 알아야 금리를 제대로 정할 수 있는데, 지역경제보고서가 바로 그 온도를 재는 자료다.
이는 국가 전체의 경제 안정과도 맞닿아 있다. 나라 경제는 결국 지역이 모여 이뤄지는 만큼, 같은 충격도 지역의 산업 구조와 특성에 따라 어디에 어떻게 번지는지가 다르다. 이를 지역별로 분석해야 나라 전체를 옳게 진단하고, 통화 정책과 대응책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AI와 지역경제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함께 자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경제를 가장 크게 뒤흔드는 변수인 만큼, 그 영향을 지역 단위로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문제의식이다.
AI가 업무를 대신하거나 도우면 기업의 효율이 높아질 것 같지만, 도입한다고 생산성이 곧바로 오르지는 않는다. 직원 교육과 새로운 업무 방식, 데이터와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제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기술은 빠르게 퍼져도 경제 전체의 생산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AI 생산성 역설’이라 부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 역설에 주목했다. 엄 교수는 사람들이 인식으로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올랐다고 여기지만 실제로 측정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영국·독일·호주 60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0%가 AI 도입이 아직 생산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차이를 낸 지점이 있었다. 30대 인력 비중이 높고 교육훈련비를 많이 지출한 기업에서는 뚜렷한 생산성 향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결국 AI라는 도구보다, 그것을 다룰 사람과 조직에 얼마나 투자했느냐가 성과를 갈랐다.
심포지엄에서는 지역 간 ‘AI 노출도’ 격차도 함께 다뤄졌다. 노출도란 어떤 일자리나 산업이 AI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다. 노출도가 높다는 것은 그 업무가 AI로 대체되거나 AI의 도움을 받을 여지가 크다는 뜻으로, 기회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다. 이 노출도는 지역이 어떤 산업으로 이뤄져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한국은행이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노출도는 서울이 가장 높았고 세종·경기·인천이 그 뒤를 이었다. 에이전틱 AI 역시 수도권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4위는 대전이었다. 생성형·에이전틱 AI가 주로 쓰이는 IT·연구개발·금융 같은 지식 서비스업과 관련 인력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물리적인 업무에 활용되는 ‘피지컬 AI’의 노출도는 경북·전남·충북·울산 순으로 높았다. 제조업이나 농림어업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그 영향을 더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 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교육·노동혁신연구팀장은 “2023년 이후 AI 노출도에 따른 공간 집중도 심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가 오히려 비수도권의 생산성을 높여 지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균등화 효과’다. 교육 수준이나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일수록 AI를 활용했을 때 생산성이 더 크게 높아져 숙련된 근로자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효과가 현실화된다면 상대적으로 인적자원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고, 이는 곧 지역 내 소비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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