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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재건축 단지 내 아이스링크·공연장…분양가 어디까지 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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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 쪽에 커뮤니티 시설로 제안한 실내 워터파크. 현대건설 건축사업참여제안서 갈무리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 쪽에 커뮤니티 시설로 제안한 실내 워터파크. 현대건설 건축사업참여제안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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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한강벨트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초호화 특화 설계와 대규모 공공기여가 잇따르고 있다. 단지 상품성을 높이고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기 위한 취지지만, 커뮤니티 시설과 공공기여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공사비와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파트에 아이스링크장이?…시공사 과잉 경쟁 결과

아이스링크장, 오페라하우스, 워터파크, 볼링장, 식물원….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 쪽에 제시한 커뮤니티 시설 공약이다. 연면적 2만3천평에 이르는 ‘역대급 커뮤니티 시설’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이 아파트 단지는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국내 최초로 단지 안에 실내 아이스링크장을 들이는 등 아파트 커뮤니티의 새로운 지평을 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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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조합 쪽에 제공한 건축사업참여제안서를 보면, 아이들을 위한 실내 워터파크는 물론 50m 6레인 실내수영장, 실내 조깅트랙, 볼링장, 복층형 골프연습장, 탁구장, 스쿼시장, 테니스장, 암벽등반장 등 13가지 스포츠시설이 빼곡히 계획되어 있다. 히노키 노천탕, 황토찜질방이 있는 사우나시설도 포함이다. 84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프라이빗 씨어터로 단지 내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장점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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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호화 설계는 재건축 수주를 따내기 위한 시공사 경쟁의 결과다. 앞서 현대건설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두고 경쟁했던 지에스(GS)건설 역시 스킨스쿠버를 즐길 수 있는 복층 실내 수영장, 응급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 재난 안전센터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제시한 바 있다. 재건축 조합은 단지의 미래 가치와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는 설계안을 요구하고, 시공사는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눈에 띄는 특화시설을 제시하는 구조가 작동하는 것이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 쪽에 커뮤니티 시설로 제안한 실내 아이스링크. 현대건설 건축사업참여제안서 갈무리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 쪽에 커뮤니티 시설로 제안한 실내 아이스링크. 현대건설 건축사업참여제안서 갈무리

호텔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피니티 풀’이 하이엔드 아파트 단지의 기본 시설이 된 것도 그 일환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국내 최초로 인피니티 풀을 설치해 화제를 모은 뒤로, 서울 강남구 ‘아츠논현’에도 입주민 전용 인피니티 풀이 조성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의 디에이건축 컨소시엄 제출안에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이 계획되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한남4구역에도 인피니티 풀 설계가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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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도한 커뮤니티 시설은 유지·관리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설치되기도 한다. 하이엔드 아파트에 유행처럼 도입된 ‘호텔식 조식 서비스’는 이미 여러 단지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단지 내 카페테리아에서 호텔식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시선을 끌었으나, 소음과 냄새 관련 우려로 식당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역시 식사 서비스를 도입했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비용 인상 문제로 1년 만에 서비스 제공사를 바꾸는 등 갈등을 빚었다.

커뮤니티 시설 과잉 경쟁은 공사비를 끌어올리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의 경우에도 과도한 특화설계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3.3㎡(평)당 공사비가 당초 548만원에서 792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비 상승분은 결국 일반분양가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의 일반분양가는 3.3㎡당 1억원까지 거론된다.

■ ‘공공기여’도 사유화 논란 속 고급화 경쟁

고급화 경쟁의 비용은 공공기여에서도 나타난다. 정비사업에서 용적률 상향 등 특례를 받는 대신 사업시행자가 도로·공원·공공시설 등을 조성해 지자체에 제공하는 공공기여는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공기여 시설이 지나치게 고급화되면서 공공기여의 취지를 두고 논란이 생기고 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단지 내 카페나 도서관 같은 시설을 공공기여로 기부채납하고 실제로는 폐쇄적으로 운영해 사유화하는 문제는 줄곧 있어왔다”며 “최근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공기여 시설이 점점 호화스러워지면서 초고가 아파트 단지의 자산가치를 불리는 데 활용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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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용적률을 15% 더 받는 대신 조성하기로 한 ‘한강 덮개공원’이 대표적이다. 올림픽대로 상부에 1만㎡ 규모로 아파트 단지와 한강공원을 직접 연결하는 덮개공원을 1100억원의 비용을 들여 기부채납하겠다는 계획인데, 구조적으로 입주민의 사유지처럼 이용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7월 당시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덮개공원 조성에 대해 ‘시설의 주 수혜자가 민간 아파트 단지 주민이므로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으나, 지난 8월 최종 하천점용허가를 받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지하공공보행로도 마찬가지다. 원베일리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건축 특례를 받는 조건으로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반포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360m 길이의 지하 보행로를 기부채납했는데, 이로 인해 3.3㎡(평)당 62만원이 건축가산비에 추가 반영됐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부담하는 공공기여 비용 역시 사업비로 반영되는 만큼,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건축 사업의 고급화 경쟁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또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서울의 정비사업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은난순 한국주거복지연구소 대표는 “시민들이 원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주거 환경의 향상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40년간 이용할 커뮤니티 시설의 장기적인 관리·유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와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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