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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작은 귀에 보청기, 잘 듣지 못하지만…난치병 앓는 엄마는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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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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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쁘죠? 잘 칭얼거리지도 않고. 속썩인 적도 별로 없었던 효자예요.”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골목과 언덕길을 5분 남짓 걸어 오르면 나오는 한 벽돌 빌라. 지난달 26일 찾은 부산 수영구 집 침대 위에서 서준(가명·2)이는 손가락을 입에 문 채 뒹굴고 있었다. 엄마 ㄱ(30)씨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똑 닮은 인형을 발치에 두고 모형 트럭을 손에 쥔 채 놀던 서준이는 또래보다 체구는 작았지만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서준이의 귀는 또래보다 더 작고, 귓바퀴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태아 시절 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한 ‘소이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 32주 만에 덜컥 나왔어요. 태어난 지 일주일째, 의사 선생님이 ‘고비’라고 했는데 그래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200일이나 버티고 결국 퇴원까지 했어요.” 이를 ‘기적’이라 말하던 엄마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서준이는 8시간에 걸친 횡격막 탈장 수술을 견뎌내야 했고, 음식을 삼킬 수 없어 위루관 삽입 수술도 받아야 했다. 방 한쪽에 늘어선 약봉지와 의료 소모품들이 그간의 사투를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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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주 이른둥이…소두증·구개열·심장질환 겹쳐

서준이는 소이증 외에도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입천장갈림증, 횡격막 탈장 등을 안고 태어났다. 심장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벽에 구멍이 생겨 피가 새는 증상을 보인다. 배와 가슴을 나누는 근육인 횡격막에도 구멍이 있어, 위나 장 같은 복부 장기가 가슴 안으로 밀려올라 오기도 한다. 출생 이후 다른 신체에 비해 머리의 성장이 저조한 소두증 증상이 있어 뇌 발달 저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입천장이 뚫려 있어 코와 입이 서로 통하다 보니 음식 섭취나 발성도 어렵다. 그래서 서준이는 일반적인 식사는 할 수 없고 하루에 5∼6번 위루관을 통해 특수영양식을 몸 안에 넣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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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는 소이증으로 귀속 소리가 전달되는 통로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아예 들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큰소리를 쳐도 속삭임 정도로만 들리는 수준이라고 한다. 청각 자극이 제한된 탓인지 서준이는 전반적인 발달지연도 겪고 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현재 서준이는 복지 재단의 도움으로 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밴드형 보청기를 지원받아 필요할 때마다 착용하고 있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4∼5일을 병원에 데려가곤 해요. 병원 왔다 갔다 하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 있고 서준이와 제 몸도 지쳐있어요.” 서준이는 반년 전부터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섭식능력과 언어·인지 발달을 위한 치료를 주 3회 정도 받고 있다. 심장질환, 소두증, 입천장갈림증의 치료를 위한 정기 검진과 수술의 일정까지 합치면 일주일을 “거의 병원에서 산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제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서 이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ㄱ씨의 얼굴은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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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앓는 어머니, 벼랑 끝 돌봄

ㄱ씨 역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다. 난치성이라 알려진 이 질환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극심한 만성 통증을 유발한다. 바람이 불거나 옷자락만 스쳐도 칼로 베거나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ㄱ씨는 마약성 진통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한다. 학창 시절부터 앓아 온 중증근무력증도 버겁다.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에 이상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팔다리의 근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음식을 삼키거나 호흡하기 곤란해지는 증상 때문에 근이완제를 복용해야 한다. 아무리 매일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약효가 떨어지는 저녁 무렵이면 통증이 점점 올라오거나 힘이 빠져 서준이를 안기조차 어렵다.

ㄱ씨는 자신의 건강 악화 때문에 이른둥이로 태어나 ‘기적’처럼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을 더는 돌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서준이에 대한 돌봄 부담이 커지면서 오랜 기간 앓아 온 양극성장애와 우울, 불면, 불안 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ㄱ씨는 최근 일자리를 그만두고 구직 중인 사촌오빠의 도움 덕에 겨우 버티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오전에는 사촌오빠가 서준이를 돌본다. “서준이가 감기에 걸리면 2주에서 한달은 병원에 입원하는데 그때도 사촌오빠가 도와줬어요. 새벽 2∼3시에 제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응급실에 갈 때도 사촌오빠가 잠에서 깨 우리 집으로 달려와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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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가 사촌오빠를 아빠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말에 ㄱ씨와 사촌오빠는 “그럴 수도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곧 표정은 어두워졌다. 사촌오빠가 취업을 하게되면 도움을 부탁할 곳조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외할머니는 중증 팔 관절질환으로 서준이를 안아 올릴 수조차 없다. 아빠는 양육비를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른둥이로 태어나 호흡곤란증후군과 선천성 심장질환, 소두증, 소이증 등이 있는 서준이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집에서 혼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수술비·진료비에 허덕이는 엄마…소원은 서준이가 ‘평범한 또래’처럼

건강, 돌봄 등의 이유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서준이 가족은 생계급여, 한부모가족 지원금 등 명목으로 나오는 월 240여만원의 공적급여로 생활하고 있다. 의료소모품, 진료비 등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과 수술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다.

위루관을 통해 서준이가 몸에 넣는 특수영양식만 매달 33만원, 위루관 소독용품 등 의료소모품 비용도 월 20만원가량 든다. ㄱ씨 역시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중증근무력증 때문에 진통제 등에 매달 30만원씩 쓴다. 어느새 빚은 5900만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매달 6만원씩 상환하고 있지만 금융채무불이행 상태로 추가 대출이 어렵다. “또래처럼만 서준이가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큰 욕심이겠죠?” ㄱ씨는 서준이가 조금 더 크면 소이증으로 인한 외형과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귀 재건술과 보청기 삽입술 등의 수술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답답한 현실 속 유일한 숨구멍은 가끔 서준이의 담요로 꽁꽁 감싸 안고 집 앞 광안리 바닷가를 산책하는 시간이다. 해수욕장에서 함께 모래성을 쌓고 물장구를 치는, 저기 있는 엄마와 아들처럼, 그렇게 평범한 모자가 되는 것이 엄마의 소박한 바람이다. “언젠가는 저 넓은 바다나 수영장 같은 곳에서 서준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남들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같이 수영하고 물장구치는 게, 서준이가 더 건강해지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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