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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 "평판에 얽매인 영혼…시대의 고통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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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이미지 확대 제14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

제14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

(서울=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혜나 소설가, 박혜진 문학평론가. 장은수 문학평론가, 이승우 소설가(심사위원장), 김양호 소설가, 김의경 소설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본심에 들어가기 전에 예심에서 만난 원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예심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것 같은 작품들을 발견했다. 문장이 매끄럽지만 패턴화되어 있어서 아무리 봐도 AI의 손을 탄 것 같은 작품이 제법 있었다.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도 있었고, 시나리오를 소설로 바꾼 것 같은 작품들도 보였다. 대사는 잘 쓰지만 심리묘사는 엉망인 원고, 반대로 대사는 어색한데 설정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좋은 글이 많아서 소설 쓰는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로 바꿔 영화 공모전에 낸다든가, 반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가 소설로 바꿔 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왔다. AI의 영향으로 문장이 매끄러운 작품이 늘어나면서 중간 이상의 무난한 작품이 증가했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 다소 거칠더라도 신인다운 패기와 도전 정신이 느껴지는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응모자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 작품들을 본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유리집 사람', '청설몽', '스파르티토', '김K 정전' 네 편이다.

'유리집 사람'은 장례지도사를 통해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로 작가의 체험담이 아닐까 싶게 장례지도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디테일하게 살아 있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이어서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문장들이 지나치게 통념적이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고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떨어졌다.

'청설몽'은 지난해에도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한 번 더 논의를 거쳤지만, 지난해 언급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물이 살아 있고 문장도 매끄러웠지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가 여전히 모호해서 이야기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은 작품을 계속해서 고치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쓰는 열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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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

(서울=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작품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혜나 소설가, 박혜진 문학평론가. 장은수 문학평론가, 이승우 소설가(심사위원장), 김양호 소설가, 김의경 소설가. [재판매 및 DB 금지]

본심에서 주로 논의된 작품은 '스파르티토'와 '김K 정전'이다.

'스파르티토'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자료조사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음악을 소재로 삼은 것도 좋았고 문장도 안정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에 비해 소설적 형상화가 부족했고 인물과 전개 방식이 전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김K 정전'은 그동안 보지 못한 소설이었다. 개성이 강했고 현대적인 주제를 다루었으며, 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몰입해서 읽었을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중간중간 밑줄 긋고 싶은 지적인 문장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서사적인 힘은 조금 약한 감이 있지만 한번 집중하면 충분히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심사위원단은 무엇보다 이 소설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를 다루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K 정전'은 평판에 얽매여 시들어가는 영혼의 문제, 옴짝달싹 못 하게 서로를 감시하는 상호감시의 문제, 끝없이 타인의 감시에 노출되어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문제 등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가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써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 '김K 정전'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 2026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 = 이승우(소설가. 심사위원장), 김양호(소설가), 장은수(문학평론가), 박혜진(문학평론가), 김혜나(소설가), 김의경(소설가. 심사평 대표 집필)

kih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30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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