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책임 아닌 ‘무책임 보훈’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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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린 |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어디서 내가 들었는데,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죽으면 누구세요?’라더니, 참말이네요!” 내담자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 법령상의 한계로 이런 안내밖에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미리 드리지만, 상대는 이런 말을 듣자고 전화한 게 아니다. 뚝 끊긴 전화에 무안함을 느끼기보단, 죄송스러운 마음이 먼저다.
#1. 고 강○○ 하사는 공군에서 관사 배정, 선임의 부당한 대우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공군은 강 하사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순직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같은 사건을 두고 직무 연관성이 낮다며 보훈 대상자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강 하사는 군 복무 중 업무 스트레스로 사망했고 순직이 인정됐으나, 정작 순직자로서 보훈 예우는 받지 못하게 됐다. 유족은 보훈부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고, 주검은 4년째 국군수도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책임을 져야 할 국가가 되레 망인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뺏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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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 홍정기 상병은 군 복무 중 발병한 백혈병이 악화해 사망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즈음 2주간 여섯차례나 군의관을 찾아갔으나 제대로 된 진료가 없었고, 혈액검사를 의뢰하거나 상급 병원으로 전원시키지도 않았다. 어렵게 찾아간 바깥 내과 병원에서는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지만, 이번엔 사단 작계시행훈련과 일정이 겹쳐 진료받지 못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훈련에 참여한 홍 상병은 결국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로 국군병원에 긴급 이송되었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홍 상병은 전쟁 준비를 위한 훈련에 참여하다 사망했음에도 ‘국가의 수호·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훈련 중 사망’으로 판단되어 최초 순직 ‘3형’에 인정됐다. 유족의 오랜 투쟁 끝에 국방부에선 직접 관련성이 있는 ‘2형’으로 조정됐지만, 보훈부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 있는 훈련 중 사망했다 할지라도 ‘기존 질병의 악화로 인한 사망’은 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백혈병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국가 책임이 맞지만, 백혈병이 발병한 것 자체는 국가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족은 국가유공자 인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3. 이○○ 하사는 군 복무 중 발병한 질환으로 공무상 상해(공상)로 판정받았다. 직업군인인 그는 계속 복무를 이어가고 싶었으나, 병세가 악화해 의병 퇴역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국방부로부터 장애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군인재해보상법이 직업군인의 경우 ‘전상’(전투 중 상해)이거나, ‘특수직무공상’(특수임무 수행 중 상해)일 때만 장애보상금 지급 대상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직업군인들이 가입하는 단체보험을 통해서도 질병후유장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이번엔 사보험의 지급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당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법이 국가가 부담해야 할 최소한의 보상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각각 2024년, 2025년 국방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국방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군인재해보상법 개정안은 법안이 올라올 때마다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되다, 폐기됨을 반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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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상병은 2016년, 강 하사는 2022년에 사망했다. 권익위와 인권위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건 각각 2024년, 2025년이다. 홍 상병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였던 ‘기존 질병 악화 조항’ 역시 이미 2023년 제도 개선 권고가 있었다. 이번 보훈부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국방부가 순직 3형으로 인정한 직업군인의 보훈 신청 건 중 보훈부 심사에서 기각되는 건이 63.3%에 달한다고 한다. 안보 이슈는 정권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보아하니 정권의 성격을 가리지 않는 것은 맞는 듯하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 중이니, 이 어찌 무한책임이 아닌 ‘무책임 보훈’이라고 명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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