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 가입하고 119개월 추납”…국민연금 실업·육아 등 필요시만 제한하나

실직이나 경력 단절 등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을 나중에 메워주는 추후납부(추납)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도 장기간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편법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실업·양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생긴 가입 공백에 한해 추납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만 추납 자격을 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오래전 가입 공백을 뒤늦게 한꺼번에 메우는 것을 막기 위해 추납 신청 기한을 두자는 제안도 나왔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국민연금 추후납부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짧은 기간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뒤 장기간의 미납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추납 제도는 실직이나 경력 단절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가입자가 나중에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 기간을 복원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최소 기간만 보험료를 낸 뒤 과거 가입 공백을 수십 개월씩 한꺼번에 채우는 이른바 ‘막판 추납’이 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실제 보험료 납부 기간은 짧으면서 추납을 통해 연금 수급에 필요한 가입 기간을 채우는 사례가 늘 경우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위한 원칙적인 기준은 최소 10년, 즉 120개월의 가입 기간을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단 1개월이라도 과거에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거나, 임의가입을 통해 자격만 얻으면 과거 납부예외 기간을 최대 119개월까지 한꺼번에 메울 수 있다. 사실상 1개월만 납부하고 10년 치에 가까운 가입 기간을 은퇴 직전 한꺼번에 사들이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전체 추납 신청 건수는 법적 최대 허용치에 육박하는 ‘108~119개월’ 구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추납 제도가 일시적인 가입 공백을 보완해 주려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은퇴 직전 연금 수급권을 사후에 꼼수로 확보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간 추납을 통한 수급권 확보가 향후 연금 지출을 늘려 장기적으로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추납 사유·기간 제한…신청 기한도 둬
해외 주요국은 연금 추납제도가 수급권을 손쉽게 확보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추납 사유와 기간, 신청 시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학업이나 불완전 가입 기간을 합쳐 최대 3년(12분기)까지만 추납을 인정하고 신청 연령에도 제한을 둔다. 독일은 학업으로 생긴 가입 공백의 경우 45세 이전에만 추납을 신청할 수 있고, 자녀 양육에 따른 공백도 자녀 1명당 3년까지만 인정한다.
영국은 자격 미달 기간이 발생한 이후 6년 이내에 최대 6년까지만 추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역시 보험료를 면제받거나 납부를 유예한 시점부터 10년 이내에만 추납을 신청할 수 있다. 가입 공백을 수십 년 뒤 한꺼번에 메우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유효기간’을 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추납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추납이 가능한 사유를 학업과 자녀 양육, 돌봄, 군 복무, 실업, 경력 단절 등 개인이 피하기 어려운 사회적 위험으로 발생한 가입 공백을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실제 보험료를 단 한 달만 납부하고도 장기간의 가입 공백을 추납으로 채울 수 있는 현행 구조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추납을 신청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최소 가입 요건을 두고, 추납 사유가 끝난 뒤 일정 기간 안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신청 기한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임의가입을 통해 뒤늦게 가입 자격을 얻은 뒤 장기간 추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도 제안했다. 아울러 추납 신청 당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현행 방식도 형평성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납 문턱을 일률적으로 높일 경우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2026년 4월 기준 지역가입자 가운데 납부예외자는 233만8000여 명, 장기체납자는 43만9000여 명으로 모두 277만7000여 명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입법조사처는 “추납제도를 강화하더라도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의 연금 가입 기회까지 줄어들지 않도록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거나 일정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병행하는 등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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