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몸으로 묻는 삶… 세 안무가가 펼치는 한국춤의 내일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굳어진 몸, 쉬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몸,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몸. 국립무용단의 ‘2026 안무가 프로젝트’가 동시대인의 불안과 회복을 세 가지 춤의 언어로 풀어낸다. 오는 11월 6~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이슬의 ‘죽일 수도 없고’, 송윤주의 ‘백야’, 선승훈의 ‘COUNT’가 트리플 빌 형식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흔들림’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각자의 삶과 경험을 나타낸다. 지난 1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가들은 각자의 소재를 탐색하다 흔들리는 몸에 닿았다고 설명했다. 통제에 저항하고, 불면을 견디고, 충돌 뒤 균형을 되찾는 움직임이 저마다 다른 삶의 표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드라마 ‘정년이’의 총안무감독을 맡았던 이이슬은 한국춤을 배우며 몸에 쌓인 규율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무용수들은 대나무와 물동이 등의 무게를 감당하며 통제와 저항 사이를 오간다. 국악과 전자음향은 차분한 겉모습 안에서 요동치는 심리를 표현한다. 이이슬은 “나는 과연 무엇을 누르면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떠올려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의 ‘백야’는 빛과 어둠의 익숙한 의미를 뒤집는다. 밝음은 감추고 싶은 것을 드러내고, 어둠은 비로소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무용수들이 바닥의 테이프를 떼고 바닥재를 벗겨내면 빛이 새어 나온다. 암흑 속 웃음에는 사회적으로 밝아야 했던 이들의 억눌린 감정이 담긴다. 송윤주는 “모두가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편안하게 스스로를 놓아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그런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24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선승훈은 복싱에서 삶의 리듬을 찾았다. ‘COUNT’의 카운트는 쓰러진 선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세는 시간이다. 그는 “제가 직접 경험해 온 복싱과 제가 추구하는 한국 춤의 그 질감이 비슷하다고 느껴서 동작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발의 디딤에서 상체로 힘이 번지는 방식에 주목한 것이다. 장구의 현장 연주와 무용수의 발소리, 호흡이 맞물리고, 충돌과 반복 속에서도 움직임은 이어진다.
2023년 시작한 ‘2026 안무가 프로젝트’는 신진 안무가에게 멘토링과 무대 제작 등을 지원하는 공연예술 분야 창작자·예술가 육성 사업이다. 올해는 청년교육단원 19명과 객원 출연진 5명이 함께한다. 우수작에는 정규 레퍼토리 편성 등 작품 확장의 기회가 주어진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실험적이고 도발적이고 생동하는 새로운 몸짓과 구성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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