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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6, 2026

[단독] “다짜고짜 묶여, 창틈으로 ‘SOS 쪽지’ 날렸다”…인천원병원 피해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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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원병원에 들어가자마자 1인실에 격리돼 손과 발을 결박당했던 김준호(가명, 40대 후반)씨의 손목과 팔에 난 상처. 퇴원 직전 찍은 사진이다. 7월22일 이 병원을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만나고서야 그는 이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상처는 타 병원에서 ‘아래팔 부위의 상세불명 혈관 손상’으로 3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김준호 제공
인천원병원에 들어가자마자 1인실에 격리돼 손과 발을 결박당했던 김준호(가명, 40대 후반)씨의 손목과 팔에 난 상처. 퇴원 직전 찍은 사진이다. 7월22일 이 병원을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만나고서야 그는 이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상처는 타 병원에서 ‘아래팔 부위의 상세불명 혈관 손상’으로 3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김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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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인권침해를 하는 곳이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김준호(가명, 40대 후반)씨가 인천의 정신의료기관 원병원에서 겪은 일을 전하며 분노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이 병원에서 격리·강박을 겪다가 빠져나온 피해생존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인천 원병원 문아무개(63) 원장과 간호조무사, 보호사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감금 등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이 병원에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4명의 환자가 최장 300여일간 강박 등을 당하며 격리됐다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김씨도 격리·강박을 당했지만 다행히 입원 8일 만에 퇴원했다. 직권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인권위 조사관을 통해서였다.

한겨레는 김준호씨가 인천원병원에서 겪은 일에 대해 10월 1~4일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는 “주변에서는 다들 그냥 넘어가라고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속된 경각심과 문제제기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현실이 다시금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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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원병원 5층. 김준호(가명)씨가 입원했던 층이다. 지난달 9월30일 촬영한 사진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원병원 5층. 김준호(가명)씨가 입원했던 층이다. 지난달 9월30일 촬영한 사진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준호씨가 알코올중독 문제로 이 병원 폐쇄병동인 본관 5층에 입원한 것은 지난 7월14일 오후 4시께였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술을 지나치게 마시게 되면서 아버지와 부인의 강권으로 입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 보호입원이었다. 김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 부인은 “개방병동이 있어 이 병원을 선택하게 됐다”며 “입원 때 병원장에게 ‘처음엔 폐쇄병동에 들어가더라도 바로 개방병동으로 옮겨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병원은 개방병동 역시 폐쇄병동 형태로 운영했다.

김씨는 입원과 함께 외부잠금장치가 있는 본관2층 1인실에서 손과 발을 묶이고 바지를 탈의 당한 채 기저귀를 차야 했다고 전했다. 손은 엑스(X)자로 엇갈려 묶였다. 이 과정에 보호사로 보이는 남자 직원 2명과 여성 간호조무사(또는 간호사) 1명이 동원됐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처음에는 치아로 손목을 묶은 끈을 풀기도 했는데, 곧 다시 묶였죠. 마구 몸부림을 쳤어요. 그리곤 약 먹은 뒤 의식이 흐릿해졌어요.” 강박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퇴원할 때까지 손목과 팔에 깊이 팬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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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튿날 1인실을 나와 본관 5층 다인실로 옮겨졌지만, 가족에게 연락할 길은 없었다. 핸드폰은 압수당했고, 공중전화도 없었다. 부인 박씨도 입원 다음 날 이 병원에 전화해 남편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연결해 주지 않았다.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입원환자에 대해 치료 목적으로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병원을 빠져나가기 위해 외부에 구조요청까지 보냈다고 했다. 자신이 가져온 성경책에 현재 처한 상황과 가족의 연락처를 적은 부분을 찢어 접은 뒤 창밖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병실에 있던 작은 만화책에 다시 구조 요청을 적은 종이를 끼워 넣어 날려 보기도 했다. 퇴원 하루 전에는 이런 행위가 문제 돼 다시 병원 직원에 의해 1인실에 갇히기도 했다. 그 직원은 “정신상태를 개조하라”고 훈계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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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병원에 입원했던 김준호(가명)씨가 자신이 가져온 성경책에 틈틈이 메모해 놓은 내용. “오자마자 나를 끌고 가더니 옷을 벗기고 사방을 끈으로 묶었다. 내가 반항을 했지만 손을 너무 꽉 쥐어버려 피가 안 통했다. 그만하라고 이런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실실 웃으면서 더 꽉 죄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김준호 제공
인천 원병원에 입원했던 김준호(가명)씨가 자신이 가져온 성경책에 틈틈이 메모해 놓은 내용. “오자마자 나를 끌고 가더니 옷을 벗기고 사방을 끈으로 묶었다. 내가 반항을 했지만 손을 너무 꽉 쥐어버려 피가 안 통했다. 그만하라고 이런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실실 웃으면서 더 꽉 죄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김준호 제공

김씨는 21일 저녁에야 핸드폰을 돌려받고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인권위 현장 직권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병원 쪽은 인권위 조사관 방문을 앞두고 핸드폰 등을 돌려주는 등 조처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조사관들은 이 병원과 관련해 부실 식사 제공, 외부교통권 제한을 문제 삼은 진정을 접수하고 7월2일 이 병원을 불시에 방문했다. 이후 22일부터 2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직권조사를 벌였다. 김씨는 병원을 찾은 부인과 함께 인권위 조사관과 상담했다. 손목의 상처 등을 보여주고 입원 뒤 어떤 일을 겪었는지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퇴원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의사는 60대 원장 문아무개씨밖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병원장은 김씨 상태나 치료에 관해 설명해준 적이 없다는 게 김씨 부부 얘기다. “원장은 회진 시간이면 입구에서 들어오지도 않고 직원들한테 지시했어요. 직원들은 원장 눈치만 봤습니다. 평소에는 간호사와 직원도 보기 힘들었고요.”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 병원의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원장 포함 2명이고, 간호사는 6명이며, 간호조무사는 9명이다. 이들 모두 입원 병동 안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신고됐지만, 김씨는 직원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허위 근무기록’도 문제 삼았다.

“직원들이 확실하게 체크하는 건 환자들이 약을 먹는지였어요. 주는 약 먹고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 포함 환자들이 전부 약만 먹으면 비몽사몽 헤맸어요. 식사는 콩자반에 콩나물 반찬 몇 개로 정말 부실했고, 다들 당이 떨어져서 사식과 커피믹스를 찾았어요.”

김씨는 “이런 정신병원보다는 교도소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은 일주일 조금 넘게 있었지만, 이곳에 장기입원하는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지 안타깝다고도 전했다. 인권위 조사관의 직권조사 과정에서 구조된 사람은 김씨만이 아니다. 이중잠금장치가 있는 1인실에 200여일간 감금돼 있던 자폐장애인 김아무개(32)씨도 이번 인권위 조사로 감금에서 풀려났다. 다만 보호자 뜻에 따라 퇴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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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부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정말 그날의 기억을 꺼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소송하라는 권유도 받는데, 일단 피폐해진 심신부터 추스르기 위해 쉬고 있습니다.”

원병원 원장 문씨는 김준호씨가 제기한 인권침해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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