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제통상위 “호르무즈 파병, 통상 협상의 대가로 삼지 말라”
종교계, 시민단체, 진보민중단체, 정당 등 각계 600여개 단체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가 11일 정부를 향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통상 협상의 대가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민변 국제통상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병 검토가 관세와 대미 투자 등 통상 현안과 연계돼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민변 국제통상위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과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두 권한의 대상이 행정부의 단일한 협상 패키지로 결합되는 순간 국회는 어느 하나에 대해도 실질적인 심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 부담은 전적으로 국민과 장병에게 돌아간다”라며 “특정 협상 결과의 당부를 떠나 헌법이 설계한 국회 통제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민변 국제통상위는 정부가 우선 취할 수 있는 비군사적 기여 방안이 존재한다며 “정부는 이런 방안을 검토했는지, 검토했다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국제통상위는 “파병이 우리 기업과 국민의 안전을 실제로 증진하는지에 관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라며 “이란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관여를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중동에 진출한 우리 기업 또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파병으로 줄어드는 위험과 새로 생기는 위험을 비교한 정부의 평가는 공개된 바 없다”라며 “손실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더 큰 손실을 불러들이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숫자로 답해야 한다”고 했다.
민변 국제통상위는 “정부는 파병의 국제법적 근거와 비군사적 대안의 검토 결과를 공개하고, 통상협상과의 연계 여부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라며 “어떠한 형태의 파견도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군의 해외 파견은 통상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지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병력과 군사자산을 제공하는 것은 헌법이 선언한 국제평화주의와 침략적 전쟁 부인의 원칙에 반한다”라며 파병 주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의 601개 단체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규탄하고, 정부의 파병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트럼프 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등 3개 단체도 지난 7일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학가에서도 파병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르무즈 파병 반대! 파병 강요 미국 반대’ 전국 대학생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등이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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