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언제든 또 올 수 있는데…호흡기 전문의 응시자 ‘반 토막’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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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중증 호흡부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전문의는 충분할까? 감염병 위기 때마다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해 온 호흡기내과가 정작 필수의료 지원체계에서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인력은 줄어들고, 중증 폐질환 환자들은 높은 의료비와 제한적인 치료 선택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사장 유광하)는 14일 ‘2026 폐의 날 기념 정책토론회'를 열고 호흡기내과의 필수의료 인정과 중증·난치성 폐질환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호흡기 전문인력 확보,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산정특례 적용,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감염병 최전선에 선 호흡기내과…전문의 양성 기반은 흔들
호흡기내과는 기침이나 감기만 진료하는 분야가 아니다. 중증 폐렴과 급성호흡부전, 폐암, 결핵, 간질성폐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고,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자 치료도 담당한다. 2015년 메르스와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감염병 대응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에 비해 전문인력 양성 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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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부총무가 제시한 대한내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호흡기 분과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2020년 61명에서 2026년 27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27명으로 1년 만에 37.2% 감소했다. 문제는 호흡기 전문의를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과대학 졸업 후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호흡기내과 전임의 수련 등을 거쳐야 중증 호흡기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의료 장비와 중환자실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숙련된 인력이 없다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부총무는 올해 제정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의 취지를 근거로 호흡기내과를 필수의료 영역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는 특정 진료과의 명칭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의료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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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호흡기내과 전임의와 중환자 전문인력에 대한 국가 지원, 정책수가 마련, 지역 수련병원 지원과 지역거점병원 전문의 유지 대책을 제안했다. 호흡기내과와 중환자의학과, 감염내과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증 COPD 환자, 반복되는 입원과 치료비 부담…산정특례 필요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COPD는 흡연이나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폐 조직이 손상되면서 공기가 원활하게 드나들지 못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기침이나 가래, 가벼운 호흡곤란 정도로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심한 경우 집에서도 산소발생기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특히 COPD는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급성 악화'가 반복될수록 환자의 예후가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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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국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해외 연구를 인용해 급성 악화로 세 차례 이상 입원한 COPD 환자의 사망 위험이 급성 악화가 없었던 환자보다 4.3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증 환자들은 반복적인 입원과 장기간의 산소치료 등으로 상당한 의료비를 부담한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간병 부담도 크다. 이 교수는 이처럼 중증도와 경제적 부담이 높은 환자들에게 본인부담 의료비를 줄여주는 산정특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약물치료를 제대로 지속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에 건강보험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COPD 치료에는 약물을 폐에 직접 전달하는 흡입제가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일반 알약과 달리 환자가 흡입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약물을 들이마셔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법이 잘못되거나 약물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증상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제시한 국내 연구에서는 중증도가 높은 COPD 환자의 흡입제 지속사용 비율이 치료 1년째 34.7%, 4년째 22.3%에 그쳤다. 반면 전국 43개 의원에서 환자 285명을 대상으로 질환과 흡입제 사용법을 교육한 연구에서는 교육 이후 환자들의 질환 이해도와 흡입제 사용 능력 등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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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COPD 치료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약을 사용하며 증상 악화에 대처하도록 돕는 지속적인 교육이 치료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가 굳어가는 특발성폐섬유증…치료제 있어도 보험 적용은 한 종류
난치성 폐질환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발성폐섬유증(IPF)은 뚜렷한 원인 없이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이다. 산소를 혈액으로 전달하는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질환이 진행하면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특발성폐섬유증 신규 산정특례 등록자는 5543명으로, 전체 희귀질환 신규 등록자의 8.9%를 차지했다. 질환 자체의 예후도 좋지 않다. 이재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보고된 특발성폐섬유증의 5년 생존율이 약 4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되는 항섬유화제는 폐 조직이 굳어가는 과정을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폐기능이 감소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다. 두 약물 모두 주요 임상시험에서 폐기능 감소 속도를 약 50%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섬유화제는 피르페니돈 한 종류뿐이다. 닌테다닙은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약물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항섬유화제는 위장관계 부작용 등으로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 교수가 소개한 국내 연구들에서는 피르페니돈을 복용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 교수는 피르페니돈을 복용하기 어렵거나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에게 다른 항섬유화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와의 격차도 제시됐다. 2025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아시아·태평양 12개국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고소득 국가에서는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 두 약물 모두 보험급여 대상이었다. 반면 한국은 피르페니돈에만 급여가 적용됐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도 국내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섬유화제인 네란도밀라스트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일본에서도 올해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졌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기존 치료제와 병용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더라도 국내 허가와 급여 적용이 지연되면 환자들은 그 혜택을 제때 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약의 신속한 국내 허가와 합리적인 건강보험 급여 평가, 기존 치료제의 급여 확대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력 확보부터 치료 접근성까지…국가 차원의 대책 요구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구도은 사무관, 정기석 용산구 보건소장(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이진한 수석부회장 등이 참여해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학회가 제시한 세 가지 과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중증 환자를 치료할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며,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도 환자가 실제로 이용하기까지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문인력 지원을 통해 진료체계의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증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필요한 관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유광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은 "호흡기질환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질환으로, 중증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정책토론회가 호흡기내과의 필수의료 역할을 재조명하고,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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