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약이라고"…57초 만에 항우울제 두 달 치 '뚝딱'

수능을 앞둔 일부 수험생 사이에서 정신과 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 복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미성년자의 말만 듣고 약을 처방해 주는 비대면 진료가 문제였습니다.
한성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수험생 A 양은 수능을 앞두고 친구로부터 '공부할 때 항우울제가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험생 A 양 어머니 : '어떻게 너 이런 걸 알게 됐니' (물으니), '우울증약 있는 애들이 비대면으로 해서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먹는 애들이 있었나 봐요.]
A 양은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의사에게 거짓으로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해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습니다.
곧 심각한 부작용이 찾아왔습니다.
[수험생 A 양 어머니 : (어느 날) 전화가 온 거예요. 애가 학원에서 막 미칠 것 같다고. (약의) 심각한 부작용 중의 하나가 자살 충동이었어요. 그런 걸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A 양이 처방받은 약엔, 자살 충동을 높일 수 있어 청소년에게 투여할 땐 신중해야 한다는 제약사의 주의 사항이 있었지만, 처방 시 이런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정석/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정신과 계열 약물을 증상이 없는 분이 드시면 부작용이 되게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서 우울증 약 처방을 받아보겠습니다.
정형외과 의원에 '무기력' 증상이 있다고 진료를 신청하자, 바로 전화가 걸려 옵니다.
[B 정형외과 의원 의사 : 두 달 치 처방전 발급해 드릴까요? (네.)]
증상을 되묻지도 않고, 부작용에 관한 일체 설명도 없이 같은 약을 손쉽게 처방받았고, 통화 시간은 57초였습니다.
항우울제는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본격 시행되는 12월 24일부턴 우울증약은 반드시 화상통화를 거치고, 미성년 환자의 경우 의사가 부모에게 처방에 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김효원/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보호자로부터의 (아이 치료) 정보도 얻어야 된다는 거죠. 아이로부터만 얻는 게 아니라.]
식약처는 '공부 잘하는 약'이란 없다며 ADHD 치료제와 심혈관계 질환약 처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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