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이 유엔 총장? 웃긴 소리”···트럼프 구상에 유럽·미국서 냉소
지난해 11월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D C 백악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당시 헝가리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럽 정치권에서 냉소와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내에서도 “끔찍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오르반 전 총리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설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번 소식도 그때만큼이나 우스꽝스럽게 들린다”고 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엑스에 오르반 전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수년간 EU의 주요 결정을 무산시키며 갈고닦은 거부권 행사와 협박 기술을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적절한 순간에 그에게 커피 한잔하자며 불러내던 우리의 훌륭한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정상회의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안 등에 반대할 때 다른 지도자들이 그를 따로 불러 설득하거나 회의장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게 했던 일화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전 총리는 재임 기간 EU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에 거듭 반대하며 다른 회원국들과 충돌해왔다.
2006년 유엔 사무총장 후보였던 인도 정치인 샤시 타루르도 엑스에 오르반 전 총리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로부터 필요한 최소 9표를 얻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고 썼다.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오르반 전 총리의 기용 구상을 “끔찍한 선택”이라고 비판하며 “나도 헝가리 혈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에게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권유했으며,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함께 그를 공동 후보로 지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전 총리를 공개 지지했지만, 오르반 전 총리는 선거에서 패배해 16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유엔은 현재 7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추천을 거쳐 총회에서 임명되며, 안보리에서 최소 9개국의 찬성을 얻고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피해야 한다.
예비투표에서도 후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라나 누세이베 국무장관이 새 후보로 합류했다. 누세이베 장관은 27일 유엔 총회, 28일 안보리에서 정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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