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흔드는 베일 속 ‘후티 수장’은 누구?…산악 게릴라에서 홍해의 위협으로

은둔의 지도자 알후티에 ‘주목’
예멘 종교 지도자 가문 출신이지만
게릴라 지휘관으로 군사적 입지 확대
홍해해협 위협하며 중동서 야망 키워
잔혹한 통치 이면엔 내성적인 면모도
미국-이란 전쟁의 불길이 예멘으로 번지면서 중동 전체가 확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예멘 후티 반군의 지도자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해상 교역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두고 사우디-정부군 연합과 대립하면서 세계는 베일에 쌓인 은둔의 지도자 알후티를 주목하고 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산악 게릴라 지휘관 출신인 그가 예멘을 넘어 중동 전체의 정치•종교적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교학자 가문서 성장한 게릴라 부대 지휘관…군사적 명성으로 입지 쌓아
블룸버그는 최근 ‘중동을 뒤흔드는 은둔의 후티 지도자’라며 알후티를 집중 조명했다. 알후티는 1979년 예멘 사다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 빈곤 지역의 자이드파 종교학자 가문에서 성장했다. 자이드파는 시아파 이슬람의 분파로, 이란에서 지배적인 열두이맘파 시아파와는 종교적 견해가 다소 다르다.
아버지 바드르 알딘 알후티는 자이드파의 저명한 성직자였다. 특히 그의 형 후세인 알후티는 정치인이자 영향력 있는 설교자로 후티 운동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동생의 사고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형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동생 알후티는 전장에서 명성을 바탕으로 입지를 쌓아갔다. 그는 아버지나 형과 달리 가문 내 종교 교육 외에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학자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대신 산악 게릴라 부대 지휘관으로서 군사적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형인 후세인이 2004년 9월 친미•사우디 정권인 살레 정부와 전쟁에서 사살되자, 후티 운동은 동생 알후티를 중심으로 결집됐다. 그가 이끄는 후티 반군은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사태를 계기로 예멘 북부에서 세력을 급격히 불려 나갔다. 2014년에는 수도 사나를 점령하며 국제사회가 인정한 예멘 정부를 축출했다.
◇잔혹한 통치 이면엔 내성적•완곡한 지시…외부와 단절 택해
수도 점령 이후 후티 반군은 잔혹한 탄압을 앞세운 억압적인 통치와 소년병 모집 등을 통해 예멘을 내전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미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던 예멘은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21년(1기)과 2025년(2기) 후티 반군을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했다.
이라크의 후세인 같이 악명 높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선 것과 달리 알후티는 철저히 베일에 가린 삶을 살고 있다. 잦은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도 있지만, 실제 알후티를 직접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매우 조용하고 경청을 잘하는 내성적인 인물이라는 양면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알후티는 외부 인사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 단절을 이어오고 있다. 후티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도 없고, TV 연설 외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는 레바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본받은 방식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24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무려 32년 동안 헤즈볼라 사무총장을 맡은 인물이다.
다만,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유엔 예멘 특사로 이례적인 만남을 가진 자말 베노마르는 블룸버그에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극도로 예의 바른 사람”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을 끊거나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막는 법이 없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후티 고위 관계자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도 알후티에 대해 직접 명령을 내리는 일이 드물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설명해 다른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또한 “처음 같이 일했을 때 알후티의 지시가 너무 완곡해서 이를 조언으로 오해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하며 예멘 넘어 중동의 정치·종교적 입지 강화
철저히 고립된 삶과 달리 알후티의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알후티가 이끄는 후티 반군은 예멘 국경을 넘어 세계 무역과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란의 지원하에 드론과 미사일 등 수백 마일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우디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의 석유 시설과 홍해의 상선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후티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사망자를 낸 드론 공격도 감행했다. 지난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지역을 장악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이란이 추진해온 ‘저항의 축’ 내부에서도 위상이 높아졌다. 이는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벌어진 분쟁으로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큰 타격을 입은 영향도 크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문제 선임 분석가는 후티가 2년 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가 이끌던 헤즈볼라의 역할 일부를 넘겨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구성원이 아니라 다른 세력들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알후티가 이끄는 후티 반군의 목표가 예멘의 영토 전쟁을 넘어 중동과 이슬람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사 슈자 알딘 사나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후티는 스스로를 지역 조직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혁명 조직으로 규정한다”며 “알후티는 아덴보다 메카와 메디나를 더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