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 미 기자·유럽 외교관 구타…네타냐후 “증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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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기자와 유럽 외교관들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복면 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잇따라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격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맷 머리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1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오늘 아침 워싱턴포스트 사진기자 하이디 러빈(64)이 서안에서 취재 도중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공격당했다”며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던 언론인에게 가해진 부당한 공격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50여명의 정착민 남성들은 이날 서안 아부팔라 마을 인근 올리브밭을 급습해, 먼저 팔레스타인 농부들에게 새총을 쏘고 올리브나무들을 불태웠다. 이후 현장에 있던 러빈을 붙잡아 쓰러뜨렸다. 다른 기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정착민들은 넘어진 채 얼굴을 감싼 러빈에게 고함치며 50여 차례 발길질과 몽둥이질을 퍼부었다. 당시 러빈은 언론인임을 알리는 ‘프레스’(Press) 표식이 앞뒤로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정착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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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갈비뼈 한대, 척추뼈 네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왼손가락 하나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찢어졌다. 러빈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정착민들은 내 어깨에 걸려있던 카메라도 잡아 뜯어갔다. 내가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17일에는 서안 타이베에서 벨기에·폴란드 외교관과 프랑스 오누아에므리의 시장 베르나르 보두(78)가 정착민들에게 습격 당했다. 피해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올리브 수확 현장을 참관하려다 변을 당했다. 리베라시옹은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들을 인용해 “정착민들은 외교관들에게 욕설을 쏟아낸 뒤 보두 시장을 걷어찼다. 그는 부상을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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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자국민 피해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17일 엑스(X) 글에서 러빈에 대한 공격을 “복면을 쓴 비겁자들이 저지른 비열한 테러”라고 규탄했다. 그는 “비무장 기자를 공격한 자들은 수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가담한 모든 자들을 대상으로 전면 수사를 실시하고 체포해, 법정 최고 수준으로 기소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했다”고 알렸다.
같은 날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교장관은 이런 공격이 횡행하는 건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적인 정착촌 정책” 탓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착촌 건설은 제네바협약 등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서안을 무력 점령한 뒤 정착촌을 확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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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 역시 엑스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극단주의 정착민들을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며 “이스라엘은 (서안에서) 이런 범죄적 폭력을 즉각 중단시키고 민간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공격이 정부 반대파나 아랍인들의 자작극일 수 있다며 ‘물타기’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16일 성명에서 “누가 먼저 폭력을 시작했는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논란 있는 사건을 악용해, 법을 잘 지키며 살아가는 유대·사마리아(서안) 수십만 유대인 주민들을 악마화하는 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착민들이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는 얘기다.
유럽 외교관 습격을 두고는 ‘없던 일’로 몰아가고 있다. 총리실은 17일 별도의 성명에서 “외교관에 대한 어떤 폭력도 용납할 수 없지만, 중요한 주장을 할 땐 이를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공격) 보도는 올리브 수확철에 서안 유대인 주민들을 비방하기 위한 조직적 캠페인이 벌어진다는 우려 속에 나왔다”고 썼다. 국제 언론과 각국 정부가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농부들의 수확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끝에, 외교관도 공격당했다고 날조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유엔 통계를 인용해, 2월28일부터 이날까지 서안에서 최소 7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이나 정착민 총격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0월 들어 기록된 공격만 300건에 이르며, 이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올리브) 수확기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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