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DeportesTrofeo Kopa: Lamine ganó por tercer año en filaESPNZendaya, Dinah Jane headline celebrity appearances at WNBA FinalsCNN TürkMilas Belediye Başkanı Topuz, görevden uzaklaştırıldıPunchFG offers scholarships as RHV plans to train 400 robotic specialistsThe Jerusalem PostTrump says Brazil election looked 'rigged', defeated Bolsonaro's party recognizes Lula winInquirerDOT urges establishment owners to step up water conservation amid El NiñoZDF heuteAktuelle Pressemitteilungen des ZDF한겨레손흥민에 “니하오” 외친 관중…팬들 “인종차별, 입장 권한 박탈하라”UOLLíder da oposição na Câmara pede explicações sobre pedido da PF para Flávio entregar passaporteSky TG24Carotenuto: Lula vince, ma a sinistra mancano giovani leader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Tuesday, October 27, 2026

‘영세성·저임금’ 서남권 조선업…안정적 삶 가능한 ‘숙련 인력’ 기를 뜻 있나

Translate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이 12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를 방문해 주요 관계자들과 작업 현장을 살펴본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이 12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를 방문해 주요 관계자들과 작업 현장을 살펴본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광고

조선업을 언급할 때면 보통 울산과 거제를 다루지만, 목포-영암-해남에도 거대한 조선업 생태계가 있다. 목포 현지조사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설명으로는 영암의 에이치디(HD)현대삼호에만 약 2만3천명이 일하고, 대불국가산업단지(대불산단)에는 선박 블록과 기자재를 만드는 업체들이 모여 있다. 해남에는 대한조선이 있다. 한국은행 목포본부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목포·영암·해남을 포함한 전남 서남부 9개 시군에서 10인 이상 사업체 기준 조선업은 제조업 고용의 70.7%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서 조선업은 청년들, 특히 남성에게 가장 큰 일자리 공급처임이 분명하다.

서남권 조선소는 1973년 중화학공업화로 대표되는 경부축 발전에서 비껴났던 호남의 지역산업 정책이 뒤늦게 만든 아픈 손가락이다. 호남에서 대공장을 가져오려는 시도는 연원이 깊다. 1987년 민주화와 대선을 거치며 지역의 개발 요구가 커졌다. 노태우 대통령의 서해안 개발 공약에는 군산·군장산업기지, 대불기지, 항만과 도로가 들어갔다. 호남에 산업시설을 배분하는 시혜적인 개발 정치가 작동했다. 대불산단은 1988년 지정됐고, 새만금방조제는 1991년, 삼호조선소는 1992년 착공했다. 간척·농지 개발로 출발한 새만금도 이후 산업용지를 공급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후 군산에는 자동차(GM)·조선(HD현대중공업)·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공장이, 해남에는 대한조선이 들어섰다.

호남에 부지를 마련한다고 기업이 곧바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대불산단은 1997년 준공 이후 2004년까지 분양률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조선 호황이 오자 그나마 블록 제작 업체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일단 공장을 가져오면 지역에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설계하며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능력을 가진 기업을 키우거나 유치하는 일은 후순위로 밀렸다. 결국 군산의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 구조조정 때 드러났듯, 대기업 본사의 결정에 따라 너무 쉽게 지역 일자리와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 공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안정적 미래를 보장하는 게 아니었다.

광고

목포와 영암에서 만난 청년들은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조선소에 들어온 한 청년은 벌이가 줄었는데도 용접하기 전에 철판과 부재의 위치를 맞추고 조립하는 취부 일을 택했다. 하지만 한 달 내내 잔업과 특근을 모두 채워도 280만~300만원 수준의 임금이라고 했다. 기술을 배우면 나아질 거라 기대하면서도, 언제 얼마나 더 벌 수 있을 지는 몰랐다.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꺼내자 돈 없어도 결혼은 하지만 힘든 일은 맞다고 한다. 그다음 단계는 설계하기 어려웠다.

조선소를 나와도 더 나은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목포시 청년 통계에서 2022년 하반기 18~39살 임금근로자의 50.1%는 월 200만 원 이상 300만원 미만을 받았다. 2025년 20대 순유출은 목포 1570명, 영암 418명, 해남 199명이었다. 목포와 영암의 순유출 규모를 합하면 전남 전체 20대 순유출의 39%에 해당한다. 떠나고 싶어도 주거와 가족, 당장 쓸 생활비를 생각해 이동하지 못한 청년을 기다리는 것은 더 나쁜 전망뿐이다.

광고

광고

조선소 안에서는 소속에 따라 다른 리그가 펼쳐진다. 앞서 언급한 현대삼호의 인원은 직영 정규직 약 3600명, 사내 협력사 약 1만6천명, 물량팀 약 3천명이다. 선배에게 배우고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오르며 주거 지원을 받는 ‘황금 열쇠’인 원청(직영) 생산직의 문은 좁다. 연구를 위해 만난 신입사원은 입사 동기가 12명뿐이라고 했다. 이들 외에 선택지는 하청을 찾는 것이었고, 같은 하청이라도 현대삼호보다 대한조선이, 대한조선보다 대불산단의 형편이 더 열악한 것을 지역 청년들 모두 다 알고 있다. 수십만명이 대기업 사업장의 생산직 정규직이 되었던 동남권 전성기에 열렸던 일자리와 그들의 가족이 만들어냈던 중산층인 ‘중공업 가족’의 전망은 처음부터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이주노동자도 같은 작업장에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조선소에서 잔업과 특근을 하고 공제 뒤 받는 돈이 월 250만~28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사용제한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대불산단의 한 가공업체에서 일했던 청년은 현장에 고려인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다른 조선소에서 일하는 청년은 자신이 일하는 하청 현장의 외국인이 절반쯤 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임금을 적게 주려다 보니, 지역 청년들의 임금이 함께 평가절하된다. 고용노동부는 몇 년째 하도급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 나오는 평균임금을 받는 용접사, 취부사를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도무지 조선소를 찾지 않는다는 청년이 제 발로 작업장에 걸어와도, 이들에게 비전을 주는 경우가 희소한 것이다.

광고

영세성은 전환과 혁신을 가로막는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전남 조선업의 1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81.1%는 50인 미만이다. 서남부의 사업체 구성에서 임가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의 2.3배인데, 물량을 받아 처리하는 업체만 많고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회사는 희소하다. 대형 조선소가 고가 선박을 건조하며 실적을 늘려도 주변 업체의 기술과 설비는 좋아지지 않는다. 2022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대불산단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원청의 호황과 산단의 간극만 커진다.

영세업체가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할 돈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부족한 생산능력을 낮은 인건비와 긴 노동시간으로 메우는 상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현대삼호는 설계 플랫폼 공동개발에 나섰고 용접로봇도 도입했다. 하지만 현대삼호와 대한조선의 협력사, 대불의 블록·가공업체까지 기술과 설비를 개선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성과도 현장에서 장비를 다루고 보전하며 품질을 책임질 숙련공의 암묵지를 요구하나, 도무지 숙련공을 어떻게 양성할지 의문이다. 20대 청년이 조선소나 기자재업체에 입사하면 바로 맞선임이 15살 이상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성에게 일자리의 문은 훨씬 좁다. 현대삼호가 공시한 2025년 여성 임직원 비율은 3.9%였다. 청년들은 목포를 벗어나 나주의 식품공장 쪽으로 눈을 돌리면 출근 행렬에서 여성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라면 공장이나 육가공 공장이라도 많아야 지역 청년 여성들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나주의 2023년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은 28.8%였다. 어떤 제조업이 있느냐에 따라 여성의 일할 자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남성에게 낮은 보수의 중공업 일자리를 주고 여성에게는 들어갈 만한 직장을 마련하지 못한 지역에서,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떠난다.

서남권은 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조선업 생태계의 영세성과 낮은 생산성·부가가치, 저임금이 맞물린 덫에 갇혀 있다. 이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서남권의 유일한 살 길이고, 지역 청년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분명 호남에 반도체 팹도 지어야겠지만, 동시에 지금의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영세화를 극복하고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업체에 장기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대학·연구소의 인력과 장비를 연결하며, 현장 훈련을 훨씬 더 향상시켜야 한다. 반짝이는 지역산업정책은 한편에서 신산업을 내세우더라도, 다른 한편에선 기존 공장의 낡은 설비·막힌 경력·닿지 않는 지원이라는 ‘깨진 유리창’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광고

2025년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4.4%였다. 졸업 직후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이 여전히 네 명 중 한 명이다. 이들에게 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기술을 익히고 안정된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반도체도 장비 운영·보전·품질을 맡을 숙련 인력이 필요하고, 조선업도 숙련공을 찾는다. 이 청년들이 들어가 배우고 보상받을 자리를 만드는 데 산업정책의 역할이 있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조선소에 들어와서 묵묵히 일하며 보람과 긍지를 찾고 있는 청년들에게 앞으로의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공장과 산단을 유치해온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