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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정용진 판 키우고, 정유경 내실 다지고…달라진 ‘신세계 남매’의 승부수 [방영덕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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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AI·콘텐츠 등 외연 대폭 확장
정유경, 백화점 중심 패션·뷰티 정비
대규모 신사업 투자에 재무 부담도
남매의 계열분리 완성은 아직 과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

“대박입니다. 일이 휘몰아치네요.”

“올 연말까지 또 어떤 소식이 전해질지...”

최근 만난 신세계그룹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룹 최고경영진을 제외하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인수·투자 관련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입니다.

지난 10월 단행된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두 남매의 경영 방식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핵심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고요. 반면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부문 주요 경영진을 유임시키는 한편 패션·뷰티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남매의 경영분리가 본격화한 지는 2년, 지난 2011년 이마트 인적분할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5년 가까이 이어진 사업 분리의 흐름이 이제는 각자의 성장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신세계’에서 출발했지만, 두 남매가 각자의 성장 방정식을 써 내려가 ‘새로운 신세계’가 꾸려지고 있습니다.

정용진, 이마트 직접 챙기며 AI·콘텐츠·호텔로 확장

올 초 경기도 용인 수지구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노브랜드 간편식 매장으로 현장 경영에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올 초 경기도 용인 수지구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노브랜드 간편식 매장으로 현장 경영에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통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투자입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을 넘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글로벌 콘텐츠, 럭셔리 호텔 등 새로운 성장 분야에 잇따라 손을 뻗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의 협력 건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리플렉션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에 전력 용량 250㎿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유통 사업에 접목해 재고 관리와 물류 효율을 높이고,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과 결제·배송을 지원하는 AI 커머스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양사는 올해 안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콘텐츠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10월 신세계프라퍼티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그룹 주도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거래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세계가 워너브러더스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아니고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측의 인수 거래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아만 서울’ 레지던스 내부 예상 이미지 [신세계프라퍼티]

‘아만 서울’ 레지던스 내부 예상 이미지 [신세계프라퍼티]

거래가 마무리되면 워너브러더스의 ‘해리포터’와 ‘왕좌의 게임’,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 사업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스타필드와 화성 스타베이시티 등 오프라인 공간에 접목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다는 구상인데 벌써부터 ‘덕후’ 소비자들 사이 기대감이 큽니다.

정 회장은 호텔·레저 사업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신세계프라퍼티는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 오코(OKO)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초기 투자금 5억달러를 조성해 아만(Aman)과 자누(Janu) 브랜드의 호텔·레지던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스타필드 등 대형 복합시설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럭셔리 호스피털리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중심에는 정 회장의 직접 경영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 10월 발표된 202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습니다.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 김홍극 이마트 대표, 이형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주요 계열사를 이끌게 됩니다.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인사로 풀이됩니다.

정유경, 백화점 중심으로 점포·패션·뷰티 경쟁력 강화

부산 센텀시티 들어선 신세계·롯데백화점. [연합뉴스]

부산 센텀시티 들어선 신세계·롯데백화점. [연합뉴스]

정유경 회장의 전략은 기존 백화점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성사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인수 건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9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신세계는 연 매출 2조원대에 오른 기존 센텀시티점을 중심으로 롯데 점포와 인근 개발 부지를 연계해 쇼핑·문화·관광 기능을 갖춘 복합 상권을 조성한다는 계획인데요. 특히 센텀시티 내 C부지에는 호텔과 오피스, 레지던스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 개발도 추진합니다.

백화점 사업의 영역을 오프라인 점포에만 한정하지 않는 움직임도 보여줍니다. 지난 달 20일 ㈜신세계가 다우키움·CJ 컨소시엄에 참여해 중앙일보 인수전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수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인데, 백화점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뷰티 사업의 전문성 강화도 정유경 회장 체제에서 주목할 변화입니다.

신세계그룹은 10월 정기 인사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패션 디비전과 코스메틱 디비전으로 나눠 사업별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인 김덕주 대표가 패션 부문을 맡고, CJ올리브영 대표를 지낸 허민호 대표가 코스메틱 부문을 이끌도록 했습니다. 허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도 겸임하는데요.

이는 패션과 화장품을 별도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직 개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 사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요 성장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코스메틱 부문 매출은 129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연결 매출은 2916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앞으로 패션과 화장품 사업을 각각 전문 경영체제로 운영해 사업별 경쟁력을 높이려는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두 남매, 투자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나

두 남매의 투자 전략 차이는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나타납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프라퍼티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에 금융기관 차입과 보유 부동산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신세계프라퍼티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하는데요. 이 가운데 약 1조원은 메리츠증권을 통한 사모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오코그룹과 추진하는 아만·자누 호텔 개발 사업에도 초기 투자금 5억달러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등 보유 자산 유동화를 포함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경우 화성 국제테마파크, 동서울터미널 재개발, 스타필드광주 등 대형 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요. 자체 개발사업에 더해 대규모 해외 지분 투자까지 진행하면서 외부 자본 유치와 차입금 관리가 향후 사업 확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마트 역시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에 10억 달러를 간접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투자금을 반영하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6월말 133.7%에서 155.7%로 오를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과 회사 자체의 재무 여력을 투자 기반으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센텀시티점의 정확한 인수대금과 중앙일보 컨소시엄 출자 규모,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신사업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잘 연결될 수 있을지, 기존 백화점 사업의 현금창출력을 새 성장 분야로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지분 정리 진전됐지만…계열분리 완성은 아직 과제

SSG닷컴 본사 전경. [SSG닷컴]

SSG닷컴 본사 전경. [SSG닷컴]

지난 2011년 신세계에서 대형마트 부문이 인적분할돼 이마트가 출범한 이후 두 회사는 각자의 사업 전문성을 키워왔습니다.

남매의 경영분리가 본격화한 것은 2024년 10월이었부터였죠. 당시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습니다. 앞서 정용진 회장은 같은 해 3월 그룹 회장에 올랐구요. 두 사람이 각각 회장 직함을 갖게 되면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독립경영 체제가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지분 구조도 각자의 독립경영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약 2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약 29%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매의 계열분리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연결고리가 SSG닷컴입니다. SSG닷컴 지분율은 이마트 65.11%, 신세계 34.89%인데, 현재 SSG닷컴을 사업 성격에 따라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적분할만으로 양사의 공동 지분 관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각 법인의 기업가치 평가와 지분 정리 방식이 계열분리의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두 남매의 승부수. 올 연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적극 확보하면서 이들이 만들어 갈 ‘두 개의 신세계’가 낼 성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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