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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0, 2026

루이비통·디올 털어간 뒤 벌어진 일…프랑스 ‘수상한 명품’ 중고거래 앱에 속속 등장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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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크리스찬 디올 매장이 약탈로 훼손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크리스찬 디올 매장이 약탈로 훼손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명품 매장이 약탈당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중고 거래 플랫폼에 수상한 상품들이 등장했다. 화장품과 향수, 디자이너 가방은 물론 매장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품들이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올라왔다. 시위 현장에서 사라진 물건들이 온라인에서 다시 돈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영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프랑스 소요 사태 이후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와 이베이에 도난품으로 의심되는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판매 게시물에는 세포라 화장품 여러 개를 담은 가방과 디올 향수 등이 올라왔다. 세포라 자체 브랜드 립글로스 6개를 15유로에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프랑스 세포라에서 비슷한 제품 6개를 구매하면 약 78유로가 드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훼손된 프랑스 파리 크리스찬 디올 매장을 직원이 손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훼손된 프랑스 파리 크리스찬 디올 매장을 직원이 손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프랑스 북부 릴에서는 수집용 포켓몬 카드 전문점에 화재가 발생한 뒤 거리에서 수백 장의 카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가격표가 붙은 상태로 빈티드에 올라왔다. 프랑스 e스포츠 구단 팀 바이탈리티도 소요 사태 당시 사무실이 약탈당해 트로피와 컴퓨터 장비 등을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진 트로피는 이베이에서 1250유로에 판매된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빈티드는 의심스러운 판매 게시물을 찾아 삭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장물 판매가 확인된 계정은 영구 정지할 수 있다는 방침도 내놨다. 프랑스 정부는 빈티드와 아마존, 이베이,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들을 불러 도난품 유통 문제를 논의했다.

그렇다면 매장에서 훔친 물건을 되파는 일은 이번 소요 사태에서만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까. 프랑스 수사당국과 외신 보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절도와 재판매를 연결하는 방식은 이미 조직적인 범죄의 한 유형으로 확인돼 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8월 파리와 수도권 쇼핑몰에서 의류와 신발 등을 훔친 일당의 재판을 보도했다. 이들은 자라, 망고, H&M, 나이키 등의 매장을 반복적으로 털었고, 일부는 세포라에서 향수를 훔치기도 했다. 훔친 물건은 파리의 한 물담배 바에서 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팔렸다. 남은 물건은 그날 저녁 인근 스트라스부르 생드니 지역 거리에서 판매됐다.

이들이 훔친 물건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명품 브랜드의 상품성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었다. 르몽드가 보도한 수사 기록에 따르면 한 피고인은 안경을 훔친 뒤 “프라다는 너무 흔하다. 디올이라면 더 쉽게 팔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훔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브랜드가 더 잘 팔리는지까지 따졌다는 얘기다. 수사당국은 이들 일당이 약 2년 동안 입힌 피해액을 50만유로(약 7억4500만원)로 추산했다.

온라인을 통한 재판매도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프랑스 국가헌병대는 지난 1월 고급 의류 브랜드 바앤시를 상대로 벌어진 조직적 절도 사건의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11명으로 구성된 범죄 조직은 약 3년 동안 의류를 훔치고 보관한 뒤 온라인 의류 거래 플랫폼을 통해 되팔았다. 상품은 새 제품이거나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판매 가격은 정상 판매가보다 크게 낮았다. 피해액은 약 100만유로(약 15억원)로 추산됐다.

유럽연합 경찰기구인 유로폴도 조직적 재산범죄를 설명하면서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장물 판매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유로폴에 따르면 조직범죄 집단은 도난품을 온라인 시장에 내놓거나 합법적인 사업 구조를 이용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거둔다. 특히 부피가 작고 가격이 높은 상품은 운반과 재판매 측면에서 범죄자들에게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명품 가방과 향수가 반복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데는 이런 특성이 작용한다. 가격이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운반하기 쉽고, 중고 시장에서 쉽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중고 거래와 장물 거래가 같은 시장에 공존한다는 점도 문제다. 상품이 매장을 떠나 개인 판매자의 손에 들어가면 판매자가 제시한 출처를 구매자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고 거래 플랫폼의 책임을 직접 문제 삼았다. 안 르에낭프 디지털 담당 장관과 세르주 파팽 상무 담당 장관은 19일 플랫폼들에 도난 의심 상품의 판매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재판매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국가기관과 협력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빈티드와 이베이, 르봉쿠앵 등 주요 플랫폼을 소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대응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도난품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빈티드는 의심 게시물을 삭제하고 감시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삭제한 게시물의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베이 역시 도난 사건 이후 의심 게시물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명품 재판매 전문가인 그레이엄 웨츠바거는 뉴욕포스트에 “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서는 상품의 진위뿐 아니라 출처까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소요 사태 직후 프랑스에서 새 상품이나 가격표가 붙은 명품이 갑자기 올라왔다면 구매를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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