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울린 ‘100g’…한 모금의 물도 참아내는 선수들 [아치, 나고야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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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한 대회의 어느 밤. 숙소에서 만난 유도 선수는 계체 검사를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가가 말을 걸기 힘들 정도로 예민해 보였던 그는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고 했다. 기술과 힘을 함께 써서 상대를 내리꽂아야 하는 유도 선수가 며칠간 먹지 못하면서 훈련하는 고통은 짐작하기 어렵다.
이들은 경기를 앞두고 길게는 한 달, 짧게는 1주일 전부터 적게는 3~5㎏, 많게는 6~10㎏의 체중을 뺀다. 10㎏ 이상을 빼는 선수도 있다. 공식 계체 2~3일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다. 계체 검사를 하는 종목은 많지만, 유도는 힘을 내려고 많이 먹은 뒤 그걸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근육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먹는 것’은 중요하다. 인대가 끊어지면 근육의 힘으로 버티며 상대를 넘어뜨려야 한다. 그런 그들이 한동안은 먹지 않으면서 훈련하며 근육은 두되, 수분만 빼서 체중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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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 일본은 그나마 다행. 대회 장소가 멀어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할 때면 기내식과도 싸워야 한다. 대회 막바지에 경기가 있는 체급의 선수들은 조절하며 먹지만, 초반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들은 참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은퇴한 한 유도 선수는 지난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내식이 가장 고통이다. 닫힌 공간이어서 음식 냄새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땐 정말 힘들어서 억지로 잠을 청한다”고 했다. 잠이라도 편하게 들면 ‘음식의 유혹’을 피할 수 있으련만, 최중량급 선수들은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편히 자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단 1g이라도 더 빼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것은 기본, 더운 여름에도 패딩을 입고 달리기를 한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기도 한다. 히터 등 갖가지 기기를 동원해 숙소를 덥게 한 뒤 패딩을 입고 스쿼트를 한 선수도 있다. 계체 직전에는 계속 침을 뱉기도 한단다. 어지럽지 않을까 싶은데 선수들은 “계체 때까지만 참자는 마음으로 버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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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에도 자칫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30일 유도 여자 48㎏ 정수진(21)은 100g이 초과해 기다렸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매트에 설 수 없었다. 경기 전날 정식 계체는 통과했지만, 다음 날 오전 선수들 중 불특정 다수를 정해 다시 한 번 몸무게를 재는 무작위 계체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수진은 이번 대회를 위해 특히 감량을 많이 했다.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게 안쓰러웠을 정도였다.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공식 계체를 통과한 뒤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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