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끝자락, 꽃물 든 들판에서 [정동길 옆 사진관]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강원 철원 고석정 꽃밭은 아직 돌아가기 아쉬운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붉은 촛불맨드라미가 불꽃처럼 일어선 길을 따라 가족들이 천천히 걸었고, 분홍빛 핑크뮬리 사이에서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동글동글한 코키아 곁에 쪼그려 앉은 아이는 제 키만 한 꽃을 신기한 듯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고석정은 한탄강 물줄기가 현무암 협곡을 깎아 만든 절경으로, 의적 임꺽정이 숨어 지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입니다. 한때 군사 훈련장으로 쓰이던 그 옆 땅이 이제는 축구장 스무 개가 넘는 꽃밭이 되어 계절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최전방의 긴장이 먼저 떠오르던 철원이 꽃으로 기억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긴 연휴 동안 고향을 오가고 차례상을 차리느라 분주했던 시간도 이제 끝자락입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길과 등굣길로 돌아가야 하지만, 꽃길 위에서 만난 얼굴들은 한결같이 느긋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처럼, 이 가을의 넉넉함이 일상 속에서도 오래 머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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