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유엔 수장에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밀기···중·러도 호응
2017년 5월25일(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당시 헝가리 총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유럽판 트럼프’라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러시아·중국과 함께 오르반 전 총리를 공동 후보로 지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이민·민족주의 노선을 내세우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오르반 전 총리가 유엔 수장에 오를 경우 국제기구의 권위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3개국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르반 전 총리를 거론하자 러시아와 중국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 나라가 그를 공동 후보로 지지하는 구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오르반 전 총리에게 직접 출마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전 총리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르반 전 총리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이념적 유대가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오르반 전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이상적인 보수 후보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르반 전 총리는 2010년부터 16년간 헝가리를 이끌며 반이민·민족주의 정책을 추진한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집권 기간 언론과 사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16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시 오르반 전 총리를 공개 지지했으며, J D 밴스 부통령도 헝가리를 찾아 선거 지원에 나섰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오르반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다시 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관련 발표는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러시아와 중국까지 오르반 전 총리를 지지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후보 추천을 관철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8개국의 지지를 무난히 확보할 수 있고, 최대 10개국까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을 거쳐 유엔총회에서 임명된다. 안보리에서 후보를 추천하려면 최소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며,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세 나라가 오르반 전 총리를 지지하더라도 다른 이사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피해야 한다.
WSJ 사설진은 오르반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옹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오르반을 선택해서는 안 될 이유는 많다. 그가 푸틴을 비롯한 독재자들의 옹호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그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유엔의 도덕적 권위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며 “오르반 기용 구상에 대해 가장 좋게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유엔에 그 수준에 걸맞은 지도자를 앉힘으로써 그 실상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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