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남자 축구 ‘병역 특례 발언’ 파문···금메달 박수 못 받고 고개부터 숙였다
이기혁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금메달을 따고도 박수를 받기는커녕 고개부터 숙였다. 한국 남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했지만 우승 직후 선수들이 쏟아낸 병역 혜택 관련 발언과 보인 행동이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귀국하자마자 사과가 이어졌지만 비판을 가라앉히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아시안게임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이번 금메달로 23명 가운데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영준, 이승원, 김준홍을 제외한 20명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
주장 이기혁(강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입대를 불과 9일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병역 문제가 이번 대회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했다고도 설명했다.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를 보고 뛰었다”고 말했다. 박승수(뉴캐슬)는 우승 뒤 라커에서 전역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박승수는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사진은 널리 퍼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전역모를 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박승수. 박승수 소셜미디어
병역 혜택을 기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선수 경력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뛴 선수들이 병역 의무를 희화화하거나 특권을 당연한 보상처럼 받아들이는 인상을 준 것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4일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었다.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혁은 4일 귀국한 뒤 “대표팀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를 생각했어야 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기혁은 “선수들 모두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며 SNS에도 별도 사과문을 올렸다. 박승수 역시 SNS를 통해 “경기 후 현장에서 팬이 준 모자를 받아 썼다.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분들을 조롱하거나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선수들의 발언과 전역모 세리머니를 강하게 비판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병역을 보상으로 내건 현행 제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야구대표팀 노시환도 일본 사회인 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고전한 데 대해 “그런 말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금메달을 땄지 않나. 과정보다는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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