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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캠핑가면 왜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까…‘스모어’의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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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어를 만들려면 마시멜로를 잘 굽는 기술이 필요하다. pexels

스모어를 만들려면 마시멜로를 잘 굽는 기술이 필요하다. pexels

캠핑을 하러 가면 이상하게 평소에는 잘 찾지 않던 음식이 당긴다. 숯불에 구운 고기 뒤에 끓이는 라면, 모닥불에 구워 먹는 고구마 그리고 불씨가 잦아들 무렵 꼬챙이에 꽂아 천천히 구워 먹는 마시멜로다.

마시멜로 하나를 불 가까이 가져가면 하얀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조금 더 기다리면 겉은 바삭하게 캐러멜화되고 속은 녹아내리듯 말랑해진다. 여기에 초콜릿과 크래커를 겹치면 미국 캠핑의 상징과도 같은 ‘스모어(s’more)’가 완성된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캠핑이나 야외 바비큐를 즐기며 스모어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캠핑장 매점에는 마시멜로가 필수 판매품이 됐고, 요즘은 아이들을 겨냥해 다양한 색과 모양의 마시멜로도 등장했다. 이 달콤한 간식에는 꽤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다.

‘하나 더’라는 이름의 디저트

스모어라는 이름부터 재미있다. s’more는 ‘썸모어(some more)’의 줄임말이다. “조금 더”라는 뜻. 하나를 먹고 나면 또 하나를 달라고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스모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연도는 1927년이다. 미국 걸스카우트의 캠핑 안내서에 ‘썸모어스(Some Mores)’라는 이름의 디저트가 등장했다. 여기에는 그레이엄 크래커, 초콜릿, 구운 마시멜로를 이용해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먹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앞선 기록이 발견되면서 스모어의 탄생기가 조금 달라졌다.

스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한동안 스모어는 걸스카우트의 로레타 스콧 크루라는 지도자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걸스카우트 기록과 당시 신문, 캠프 자료 등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 로레타 스콧 크루라는 인물이 실제 걸스카우트 지도자였다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인터넷과 자료에서 반복돼온 인물 자체가 잘못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스모어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크리스천 도로시 ‘쿠키’ 무어다. 영국 출신의 걸 가이드 지도자였던 무어는 1923년 미국 걸스카우트의 초청을 받아 미국 캠프에서 야외활동과 캠핑을 가르쳤다. 그는 특히 최소한의 도구로 야외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캠핑 요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1924년 걸스카우트 지도자 교육 행사에서 ‘썸모어’라는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마시멜로와 초콜릿, 바삭한 과자의 조합으로 완성한 스모어. pexels

마시멜로와 초콜릿, 바삭한 과자의 조합으로 완성한 스모어. pexels

1925년, ‘Somemore’의 레시피가 등장하다

결정적인 기록은 1925년이다. 걸스카우트 잡지 <더 걸스카우트 리더>에 쿠키 무어가 소개한 주말 하이킹 식단에 ‘썸모어’라는 디저트가 등장한다. 재료는 오늘날과 거의 같다. 그레이엄 크래커, 초콜릿, 마시멜로.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겉은 갈색, 속은 끈적해질 때까지 익힌 뒤 초콜릿과 함께 크래커 사이에 끼워 먹는 방식이었다. 오늘날 캠핑장에서 만드는 스모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이후 미국 여러 지역의 걸스카우트들이 이 디저트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잇따라 등장한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그해 말에는 미국 22개 주의 걸스카우트 캠프에서 썸모어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처음부터 전국적인 국민 간식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캠핑을 즐기는 소녀들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셈이다.

스모어가 1920년대에 등장했다고 해서 하얀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먹는 문화까지 그때 시작된 것은 아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1911년판 소년을 위한 공식 핸드북에도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먹는 방법이 등장한다. 캠프파이어에 마시멜로를 꽂아 구워 먹는 행위 자체는 스모어보다 최소 수십 년 앞선 캠핑 문화였던 셈이다.

스모어는 새로운 음식을 발명했다기보다 이미 캠핑장에서 즐기던 구운 마시멜로에 그레이엄 크래커와 초콜릿이라는 두 가지 재료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 마시멜로와 초콜릿, 크래커였을까

이 조합도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마시멜로와 초콜릿, 바삭한 과자의 조합은 스모어 이전에도 존재했다. 1910년대에 이미 초콜릿과 마시멜로, 바삭한 과자를 결합한 간식이 있었다. 따라서 스모어가 완전히 새로운 맛의 조합을 만들어냈다기보다 당시 미국에서 익숙해지고 있던 조합을 캠프파이어라는 공간에 옮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불에 직접 구운 마시멜로가 들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차갑고 단단한 마시멜로가 불에 닿으면 겉은 갈색으로 변하고 속은 녹는다. 그 뜨거운 마시멜로가 초콜릿을 녹이고 크래커와 만나면서 바삭함, 끈적함, 따뜻함, 달콤함이 한입에 섞이는 디저트가 된다. 캠핑장에서 먹기에 이보다 간단한 디저트도 드물다.

스모어의 준비물은 간단하다. pexels

스모어의 준비물은 간단하다. pexels

언제부터 S’more가 됐을까

오늘날처럼 아포스트로피가 들어간 ‘스모어’라는 표기가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알려져 있다. 1938년 여름 캠프 안내서에 스모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자료가 있다. 시간이 흐르며 이렇게 조금씩 짧아지고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스모어를 실제로 먹어보면 극강의 단맛에 고개를 젓는 이들도 있다. 스모어의 진짜 매력은 맛만은 아니다. 만드는 과정 자체가 캠핑의 일부다. 누군가는 마시멜로를 불꽃 한가운데 넣어 새까맣게 태우고, 누군가는 불 가까이에서 능숙하게 돌려가며 연한 갈색으로 만든다. 누군가는 초콜릿을 먼저 크래커 위에 올리고, 누군가는 마시멜로를 끼운 뒤 손으로 꾹 눌러 먹는다. 정답이 없다.

스모어는 단순한 디저트라기보다 불 앞에서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는 음식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캠핑장에서 스모어가 인기를 얻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것이다. 특별한 조리도구가 없어도 되고, 재료 세 가지만 준비하면 된다. 무엇보다 고기를 굽고 식사를 마친 뒤에도 사람들이 모닥불 주변에 계속 머물 이유를 만들어준다.

올가을 캠핑에서 스모어를 만든다면

정통 스모어의 재료는 단순하다. 그레이엄 크래커하면 좀 낯설지만, 미국에서 아주 흔하게 먹는 담백하고 바삭한 통밀 과자다.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없다면 담백하고 바삭한 비스킷이나 크래커를 활용해도 된다. 초콜릿 역시 밀크초콜릿이 전통적인 조합이지만 취향에 따라 다크초콜릿을 사용할 수 있다.

마시멜로는 불꽃에 직접 닿게 하기보다는 숯이나 잔불 위에서 천천히 돌려가며 구워야 한다. 겉은 갈색으로 변하고 속은 말랑하게 녹는 순간이 가장 이상적이다. 몇 번 해보면 금세 요령이 생긴다. 그리고 크래커 위에 초콜릿을 올리고 뜨거운 마시멜로를 얹은 뒤 다른 크래커로 눌러주면 끝이다. 야외에서 보내는 가을밤은 이렇게 달콤한 기억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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