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한·미 정상회담, 오해 푸는 데 도움···호르무즈·쿠팡 압력, 안보 합의 이행 지연은 계속될 듯”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미 투자 사업이 최종 합의 단계에 이르면서 지난 2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대미 투자 지연으로 삐걱거리던 두 나라 사이의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기여와 쿠팡 문제 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은 이와 별개로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안보 분야 합의 이행도 대미 투자와 상관없이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경제 안보 심화를 위해 양국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내 정치적 문제와 호혜적 투자에 대한 서로 다른 구상에 발이 묶여 있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히 환영할만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미 투자가 될 수 있는 사업을 크게 진전시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객원 선임연구원도 “정상들이 직접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대면 회담을 통해 오해를 풀고 다른 현안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트로이 스탠가론 KEI 방문 선임 연구원.
한국 정부가 1호 사업으로 확정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검토 중인 원자력발전 8기 건설 및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해선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비등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텍사스 가스발전소와 원전 등 전력 인프라 사업에 미칠 파장을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로, 최근 텍사스주도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및 환경 인허가를 일시 중단했다”며 “텍사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원전은 부지가 확정되기 전까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상업적 타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기회는 원전에 있다. 원전 사업은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한층 깊게 만들 것”이라고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가 기존 기술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투자해 그 실효성을 입증하기로 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선 “과거에도 사업 타당성 우려로 에너지 기업들이 발을 뺀 적이 있어서, 모든 프로젝트 중 가장 위험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크로닌 안보석좌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측의 오랜 우선순위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스탠가론 선임 연구원은 대미 투자 사업이 확정되면 핵추진 잠수함·우라늄 농축 등의 안보 합의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을 것이란 한국 측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의 양국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경제·안보 합의의 두 축으로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대미 투자의 맞교환 상대는 처음부터 관세 인하였다”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는 관세를 15%로 낮춰준 데 상응한 대가라고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안보 합의 이행과 크게 연동된 것이라 여기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스탠가론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논의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핵잠수함,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대미 투자 이행과 무관하게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호르무즈 해협이나 쿠팡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완화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대미 투자와 쿠팡 및 호르무즈 지원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늘 자신의 지렛대를 극대화하려 하므로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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