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취향]중국 왕자가 된 ‘햄릿’, 창극으로 태어난 ‘셜록 홈즈’…음악극으로 오디세이 떠나볼까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의 <콘: 라마끼엔의 이야기>. 국립극장 제공
‘주말의 취향’은 지면에 다 담기 어려운 문화 현장의 소식들을 풀어서 전합니다. 마음은 가볍게, 생각은 깊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판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창극, 화려한 가면과 춤으로 신들의 세계를 그리는 태국의 ‘콘(Khon)’,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 경극.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노래와 음악, 몸짓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극’입니다.
아시아 각지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전해 온 음악극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국립극장이 개최하는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가 9월3일부터 26일까지 펼쳐집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올해 축제의 부제는 ‘뮤직 드라마 오디세이(Music Drama Odyssey)’입니다. 이름 그대로 세계 음악극을 탐험하는 여정입니다. 해외 초청작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창극과 음악극까지, 9편의 작품들을 만나보시죠.
화려한 가면과 춤이 어우러진 태국의 전통 가면무용극
이번 축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평소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아시아 전통 음악극입니다.
첫 주자인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의 <콘: 라마끼엔의 이야기>(9월4~5일·국립극장 하늘극장)는 이름부터 조금 낯설죠. ‘콘’은 정교한 춤사위와 음악, 화려한 가면과 의상이 어우러지는 태국의 대표적인 전통 가면무용극입니다.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습니다.
이야기의 뿌리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입니다. ‘라마야나’가 태국으로 전해져 그곳의 역사와 문화, 상상력을 만나 탄생한 국민 서사시가 ‘라마끼엔’입니다. 인간과 신, 원숭이와 거인이 뒤섞인 신화적 세계에서 사랑과 충성,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대사보다 춤과 음악, 몸짓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판소리의 소리와 장단을 통해 <춘향전>이나 <심청전>을 만나듯, 태국에서는 ‘콘’을 통해 오래된 이야기를 이어왔습니다. 이번에는 태국의 전통 무용과 음악, 가면극을 보존·계승하는 국가 예술단체인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이 직접 무대에 오릅니다.
중국 경극으로 만나는 ‘햄릿’
상하이경극원의 <지단 왕자의 복수>. 국립극장 제공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익숙한 햄릿의 고민이 중국 경극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요. 중국을 대표하는 경극 예술단체 상하이경극원의 <지단 왕자의 복수>(9월12~13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중국 경극으로 탈바꿈시킨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원작의 여러 사건을 덜어내고 아버지를 잃은 지단 왕자의 고뇌와 복수에 집중합니다. 고대 중국의 가상 국가 ‘적성국’을 배경으로, 햄릿은 ‘지단’, 클로디어스는 ‘옹숙’, 거트루드는 ‘강융’, 오필리어는 ‘은리’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햄릿의 독백도 경극 특유의 창과 양식화된 몸짓으로 풀어냅니다.
2005년 덴마크 ‘햄릿 써머 시어터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2011년 제65회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헤럴드 엔젤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지리산에서 제주까지, 우리 음악극도 한자리에
국립민속국악원의 <독갑이댁 수레노래>. 국립극장 제공
해외로 떠났던 음악극 여행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지리산과 광주, 제주 등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품은 작품들입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독갑이댁 수레노래>(9월12~13일·하늘극장)는 전쟁으로 흩어진 여덟 아들을 찾아 지리산 골짜기를 떠도는 독갑이댁의 여정을 그린 창작 창극입니다. 전쟁의 상처를 한 가족의 이야기에 담아 화해와 용서,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합니다.
조선시대 그림 한 장에서 출발한 작품도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의 <희경루방회도>(9월17~18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1546년 과거에 함께 합격한 이들이 20여년 뒤 광주 희경루에 다시 모인 모습을 담은 보물 ‘희경루방회도’를 모티브로 합니다. 세월과 비극을 지나 다시 만난 친구들의 우정과 인연을 창과 춤으로 풀어냅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의 <희경루방회도>. 국립극장 제공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해녀탐정 홍설록>. 국립극장 제공
제주로 가면 셜록 홈즈가 ‘홍설록’으로 변신합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해녀탐정 홍설록>(9월18~19일·하늘극장)은 193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극입니다. 흥미로운 장르적 외피 안에 부당한 수탈에 맞선 제주 해녀들의 삶과 항일운동의 역사를 담고, 판소리와 민요, 라이브 연주를 더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만사>(9월24~26일·달오름극장)는 접근법이 또 다릅니다. ‘목포의 눈물’부터 ‘아파트’ ‘취중진담’ ‘너의 의미’ ‘백만송이 장미’까지 한국 근현대 100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42곡을 엮은 주크박스 음악극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산업화와 1980~90년대 격변기를 지나 밀레니엄 시대까지 여섯 커플의 사랑과 이별을 시대의 노래와 함께 펼쳐냅니다.
국립극장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판소리 <수궁가>의 결말 이후를 상상한 국립창극단 <귀토>(9월3~6일·해오름극장), 고전소설 <옹고집전>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풀어내는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9월3~6일·달오름극장), <흥보가>의 해학과 풍자를 콘서트 형식으로 압축한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9월9~10일·달오름극장)이 차례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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