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더 뛰어! 무릎은 그만 뛰어!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근육, 힘줄, 인대의 유연성이 감소해 충분한 준비 없이 달리면 무릎과 허벅지에 손상을 입기 쉽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친환경 마라톤 대회에서 시민들이 달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달리기는 심혈관계 기능을 강화하고 폐활량도 늘려 전신 지구력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운동 과정에서 몸에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이며, 뼈의 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전문 강습을 받지 않아도 대부분은 가벼운 조깅 수준의 달리기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우울·불안 등 부정적 정서를 줄일 수 있어 기분 전환에도 좋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전히 국내의 달리기 열풍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를 알 만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즐기는 인구가 늘다 보니 지속적으로 체중 부하와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근골격계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운동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면서 혈관이 수축하면 근육과 힘줄, 인대 조직은 유연성이 감소하고 경직되기 때문에 무리한 동작으로 손상을 입기도 쉬워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통증을 경험하는 부위는 무릎으로, 추운 날씨에 몸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라면 관절 내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과 주변 인대에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슬개골 연골연화증과 반월상연골판 손상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이름 그대로 무릎 앞쪽에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슬개골 뒤편과 허벅지뼈 사이의 연골이 약해지는 질환을 의미한다. 반월상연골판은 정강이뼈 위에 붙어 있으면서 허벅지뼈를 통해 내리누르는 체중의 부하를 완충하는 초승달 모양 연골 조직인데, 이곳도 찢어지거나 파열될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달리기를 시작하거나, 딱딱한 노면 위에 반복적으로 착지하는 동작에서의 충격, 갑작스럽게 무릎을 비트는 동작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길 때가 많다.
이들 질환은 무릎 통증과 부종을 비롯해 관절을 굽혔다 펼 때의 불편감,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고 걸리거나 잠기는 듯한 느낌 등을 유발한다. 유건웅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일수록 기록이나 완주에 대한 욕심으로 통증을 참고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러닝 후 통증이 반복되거나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아프다면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겨선 안 된다”며 “운동 직후엔 통증이 크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기와 통증이 심해지고 손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통증이 반복되거나 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추운 날, 몸 풀지 않고 운동할 땐
충격 흡수하는 연골·인대에 부상
연골연화증·반월상연골판 손상
무릎 통증·부종·불편감 등 유발
허벅지 바깥 장경인대 증후군도
운동·물리치료…심하면 수술도
준비운동 필수·보호대 착용 도움
무릎 관절을 넘어 허벅지 바깥쪽까지 이어지는 장경인대가 반복적인 마찰과 압박 탓에 염증을 일으키는 장경인대 증후군 역시 달리기 동호인 사이에서는 흔한 질환이다. 무릎 바깥쪽에 돌출되어 있는 허벅지뼈의 외측상과 부위가 장경인대와 반복적인 마찰을 일으키면서 주로 발생한다. 일정 거리 이상을 달려 무릎을 굽히고 펴는 동작이 장시간 거듭될 때 해당 부위가 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겨울철로 접어들면 미끄러운 빙판길을 지나다 자세가 무너질 때 장경인대에 과부하를 주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슬개골 연골연화증과 반월상연골판 손상, 장경인대 증후군 모두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수술 없이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달리기처럼 무릎에 부담을 주는 운동은 쉬어야 하지만,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허벅지와 엉덩이 등의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회복하는 운동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체외충격파 같은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며, 이런 보존적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엔 파열된 조직을 수술로 봉합하는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회복 후 다시 달리기를 준비하려면 자세와 운동 강도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달리기 전 최소 10분 이상 관절과 주변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몸을 데워놓아야 한다. 무릎 주변을 잘 감싸는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달리기 거리와 강도는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며 운동 중 무릎 통증 외에도 가슴이 조이거나 심한 호흡곤란 등을 경험하면 바로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접지력과 완충 기능이 좋은 러닝화를 착용하고, 빙판이나 지나치게 딱딱한 노면, 경사가 심한 길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김재균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달리기 중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통증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이 지속될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록이나 거리보다 안전과 회복을 우선하는 접근이 중요하며, 평소보다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늦춰 안정적인 자세로 달리는 것이 무릎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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