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올공’ 100일…어떻게 ‘짠물’만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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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100일 넘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진행 중인 ‘개표소 봉쇄 시위’ 이야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핸드볼경기장 앞을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어느덧 ‘짠물’ 강성층만 남은 모양새다. 한때 1만명 넘게(경찰 비공식 추산) 모이기도 했던 ‘올공 시위’가 어떻게 ‘짠물 시위’가 됐는지 주요 장면을 돌아봤다.

금방 뒤집힌 “재선거만 외치자” 주장…주도권 극우 세력에
6월3일 치러진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는 서울 송파·강남·광진 일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제2투표소(잠실 투표소)에서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밤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될 정도였다. 그러자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이 잠실 투표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개표 중단’을 외치며 투표함 2개(2000명분)의 개표소 이송을 막았다. 시위대는 잠실 투표소를 찾아 “개표를 완료해야 한다”고 말하던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사실상 폭행했다. 투표소에 갇혀 있다 빠져나온 투표 참관인의 물품을 수색하기도 했다.

6월5일 경찰이 잠실 투표소 앞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강제로 길을 열었다. 투표함이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지면서 시위대 역시 이동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분노한 이들이 합세하면서 6월7일 오후 4시 기준 1만3300여명이 모였다.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물량을 보낸 곳은 140곳, 실제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곳은 91곳, 투표자가 투표용지 부족 탓에 기다리다가 투표해야 했던 곳은 26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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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초반만 해도 ‘부정선거’ 주장에 거리를 두며 ‘참정권 수호’에 무게를 싣는 ‘온건 세력’이 있었다. 올림픽공원 곳곳에는 “재선거 외 정치 구호 금지”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부정선거’를 외치는 일부 인원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가족 단위 참가자를 비롯해 유모차를 끄는 부부 등 젊은 세대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성조기를 흔들며 ‘윤 어게인’ 팻말을 든 극우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주도권은 불과 하루 만에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에 넘어갔다.

과격해진 시위…핸드볼 유소년 선수에 “양말 벗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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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올림픽공원에는 음모론이 성행했다. 6월8일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핸드볼경기장 앞을 찾았다. 당시 2주 남짓 남은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U20)를 앞두고 인근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훈련하기 위해 훈련용품을 갖고 나오려 한 것이다. 한 선수가 시위대에 손을 비비며 간청한 끝에 훈련용품을 들고나올 수 있었으나, 시위대는 ‘투표용지가 숨어있는지 봐야겠다’며 선수들 소지품을 검사했다. ‘양말을 벗겨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해당 사건을 두고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같은 날 유튜브 방송에서 “투표함을 옮기기 위한 목적으로 (선수로) 위장해서 들어간 것”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나흘 뒤 전한길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유혈 진압’ 음모론을 펼쳤다. ‘이재명 정부가 올공 시위대를 유혈 진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만들 수 있다”는 막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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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과격해졌다. 시위대가 올림픽공원에 있는 경찰들을 ‘중국 공안’으로 몰며 폭언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6월8일 경찰청이 직접 나서 “해당 인원들은 대한민국 경찰관”이라고 해명하는 일까지 생겼다. 일부 시위대가 “선관위 직원이 아님을 증명하라”며 기자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6월11일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직원들이 “일터(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기자회견을 하자 시위대가 앞에서 “사이비”라고 소리치며 마이크 선을 뽑는 일도 일어났다.

극우끼리 영웅화…‘올다르크’에 막힌 체육회
열흘 넘게 사무실 출입이 가로막힌 체육단체 직원들은 6월16일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이 배치된 상황에서 직원들이 시위대, 국민의힘 의원들과 협상한 끝에 사무실 출입에 극적으로 합의하는 듯했지만, 결국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검은 마스크를 쓴 채 허리에 성조기를 두른 30대 여성 ㄱ씨가 끝까지 출입문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ㄱ씨를 영웅화하며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다르크)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업무 방해 혐의로 ㄱ씨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나름의 서사로 극우 세력 내 인지도를 얻은 ㄱ씨는 지난 10일 자유와혁신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마스크를 벗으며 공개한 ㄱ씨 이름은 ‘오자연’이었다.
오씨가 막아선 출입문은 봉쇄 95일 만에야 열렸다. 지난 8일 체육단체 직원들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핸드볼경기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일부 시위대의 반발이 있었지만, 경찰과 직원들의 진입을 막지는 못했다. 직원들은 70여분 동안 허겁지겁 훈련 장비와 서류, 노트북 등을 챙겨 나왔고 이후 시위대 농성이 이어지면서 핸드볼경기장 출입은 곧바로 다시 통제됐다. 이들을 향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반출한 물품 중 선거 관련 물품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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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패배’ 장동혁, 올공서 극우 결집 노림수
장 대표는 제도권 정치인 가운데 ‘개표소 봉쇄 시위’에 가장 진심인 인물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장 대표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당내 쇄신파 모임 ‘대안과미래’를 중심으로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애초 친윤석열계와 강성 지지층 지지로 당 대표직을 거머쥔 장 대표는 다시 한번 올림픽공원 극우 세력에 기대 난관을 돌파하려 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장 대표는 수시로 올림픽공원을 방문했다. 시위 초반인 6월7일만 해도 장 대표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시위대 대부분은 장 대표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면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특유의 ‘서예체’로 이재명 대통령을 “재명아”라고 부르는 손팻말을 쓰는 등 ‘반말 정치’를 이어갔다. 광복절에도 장 대표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18명, 당권파 인사들과 함께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최근에는 시위대와 함께 북을 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에도 올림픽공원을 찾아 ‘시위 100일’을 시위대와 함께 축하했다.

선관위 특검 출범…올공 시위 언제까지
시위 100일을 넘긴 지금, 시위대는 여전히 ‘야간반’과 ‘새벽반’을 운영하며 시위를 24시간 내내 이어가려 하지만 확연히 세가 꺾인 모습이다. 스레드에는 최근 “(올공에) 사람이 전에 비해 많은 준 건 사실이다”, “청년이 없다. 사람이 좀 늘었다고 해도 거의 어르신이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당장 시위가 마무리될 것 같지도 않다. 장 대표는 12일 시위 현장에서 “광복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광장에서 한목소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그날 밤에는 다시 올공에서 우리 애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것”이라며 10월3일 결집을 호소했다. 전한길씨도 14일 부산에서 출발해 10월3일 올림픽공원 도착을 목표로 하는 ‘참정권 회복을 위한 올공 국토 대장정’을 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7일 출범한 이태한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는 시위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검 수사 대상은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 참정권 침해’, ‘선관위의 외유성 출장과 부정채용 등 기관 방만 운영 및 직무 비리’ 등 총 12가지다.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두 차례에 걸쳐 30일씩 연장할 수 있다. 이태한 특검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정치적 논란'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결과든 시위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그땐 과연 올공 시위가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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