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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재판 없이 153명 총살, ‘금정굴 학살’ 76년…유족은 또 용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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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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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 유족 서영자씨가 고유문(제사를 올리는 까닭을 영령에게 알리는 글)을 들고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해 영구 안치와 평화공원 건립을 다짐한 서씨는 “만 76년이 되도록 아직까지도 영원한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구천을 맴도는 영령 앞에 뉘우치는 마음으로 엎드려 통곡하며 사죄드리옵나이다”라며 “하늘만큼 땅만큼 죄송합니다”라고 읊조렸다. 국가폭력에 가족을 빼앗긴 유족들은 이날도 영령 앞에서 용서를 빌었다.

1993년 유족과 시민들이 시작한 고양 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올해로 서른네 번째를 맞았다. 좁은 산기슭에 유족과 시민 100여명이 모였고, 제단 뒤에는 희생자들 이름을 적은 펼침막이 내걸렸다. 유족들은 이날 네다섯명씩 돗자리에 올라 잔을 올리고 절했다. 희생자 영정을 가슴에 건 유족도 있었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자락의 금정굴 수직갱도 현장. 1995년 유족과 시민사회가 최소 153구의 유해를 수습한 곳이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자락의 금정굴 수직갱도 현장. 1995년 유족과 시민사회가 최소 153구의 유해를 수습한 곳이다.

금정굴은 1950년 10월9~31일 고양경찰서 경찰관들이 북한군 부역 혐의자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양·파주 주민 최소 153명을 재판도 없이 집단 총살한 곳이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유해 영구 안치와 평화공원 조성을 권고했다. 그러나 19년이 지나도록 둘 다 이뤄지지 않았다. 1995년 유족과 시민사회가 발굴한 유해는 서울대 의대와 납골시설 두 곳을 거쳐 2019년 세종시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됐다. 지금도 86개 상자에 나눠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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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형렬씨를 잃은 김기성씨는 가족들과 목화밭에 숨어 사흘을 지낸 기억을 꺼냈다. 꿈에 나타난 아버지는 팔다리가 잘린 채 누군가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왔다. 꿈에서 깨어 한없이 울던 아이는 여든일곱 노인이 됐다. 김씨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며 평화를 상징할 공원을 조속히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 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있다.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 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있다.

최승호 금정굴유족회장은 “첫 번째가 이곳에 평화공원을 건립하는 문제, 둘째는 세종시에 가서 맡겨져 있는 유해를 영구적인 안치 장소를 찾아드리는 일 이 두 가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했다. 평화공원은 부지 확보가 먼저다. 2020년 고양탄현 공공주택지구가 지정될 때 금정굴 현장 712㎡ 가운데 492㎡만 지구에 들어가고 약 220㎡(약 66평)는 빠졌다. 현장 전체를 공원으로 묶으려면 이 땅도 지구에 넣어야 한다. 고양시는 올해 평화공원 전담팀을 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추가 편입을 요청했다. 관계 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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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고양시장은 “시장으로서 고양 시민들과 함께 용서를 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평화공원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인규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이사장은 “국가로부터 국가 권력에 의한 부당한 민간인 학살이었다고 하는 인정과 사과를 받아냈고 법정에서는 배상까지 받아냈다”며 “그러한 일들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후손들에게 교육하는 추모공원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자락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절하고 있다. 희생자의 영정을 목에 건 유족이 뒤따라 제단으로 나오고 있다. 오른쪽 천막 아래가 1995년 유해 최소 153구를 수습한 수직갱도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자락 금정굴에서 열린 제76주기 고양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 앞에 절하고 있다. 희생자의 영정을 목에 건 유족이 뒤따라 제단으로 나오고 있다. 오른쪽 천막 아래가 1995년 유해 최소 153구를 수습한 수직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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