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만나고 온 일본 전 외무상 “다카이치, 대만 발언 ‘사실상 정정’해야” 제안
이와야 다케시 당시 외무상이 2025년 1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중·일 관계가 1년 가까이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지난달 중국 외교 사령탑을 만나고 온 이와야 다케시 전 외무상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의 “사실상 정정”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26일 공개된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자민당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정정 답변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낸 그는 현재 민간 중·일 경제 교류 기구인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말 협회장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아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양국 관계가 악화한 이후 왕 부장이 일본 정치인과 가진 첫 회담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야 전 외무상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중·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이에 “총리의 발언 철회에는 정치적으로 큰 장벽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7일 중의원 질의에 “(중국이) 전함을 동원한 무력행사를 한다면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을 말한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서 중국 측 반발을 불렀다. 이후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강화하는 등 보복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1972년 중·일 공동성명’ 등 4개 정치 문서를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재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4개 정치 문서란 1972년 양국 수교 때 발표한 공동성명과 1978년 양국 외교장관이 서명한 평화우호조약, 1998년 양국이 발표한 ‘평화와 발전의 우호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양국 정상이 서명한 ‘전략적 호혜 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말한다. 모두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이들 문서를 재확인하는 것은 총리의 대만 발언을 “사실상 철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왕 부장이 이에 즉각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이달 초 일본 정부가 APEC을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만 발언 여파로 관련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중국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애초 (갈등의) 원인은 일본 측에 있다”며 우선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정상회담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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