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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8, 2026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 45년 전의 메시지를 오늘에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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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한 요청, 평화는 개선(凱旋)보다 귀하다.’ 45년 전, 국제사회에서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을 처음 제안한 연설문의 제목이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1921~2012)는 1981년 6월 29일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에서 이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냉전과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던 위기의 국제 정세, 세계평화의 긴급성에 관해 말했다. 그리고 평화의 또 다른 국면에 주목했다. 기아, 빈곤, 인권, 환경과 같은 지구사회 난제를 짚으며 이를 다뤄 갈 근원적 토대를 논했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품는 평화. 그 의식이 지구사회의 대기를 이룰 때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그 메시지는 더욱 긴급하고 절박해졌다. 인류는 기로에 서 있다. 기후위기, 핵 위협,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위기. 한 사안의 위기는 또 다른 사안의 위기를 부르고, 삶의 불확실성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삶의 현장에 닥친 지구행성사회의 실존적 위기다. 인류와 지구 생명체 모두를 위협하는 전례 없는 행성적 평화의 위기다. 이에 대응하는 인류의 공동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서둘러 요청되고 있다.

새로운 평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경희학원은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이 문제를 조명했다. ‘제45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 Peace BAR Festival 및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이하 PBF)을 통해 지구행성사회가 나아갈 문명의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를 논하고 평화의 새 지평을 찾아 나섰다. 행사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지구행성사회의 문명 미학을 향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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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새로운 평화의 조건, 전일 정치의 미래’ 제시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스페셜 렉처, 콜로키엄, 평화음악회, 미래세대 및 동문과의 대화,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과 서울·국제캠퍼스에서 열렸다. 주요 행사는 세계평화의 날인 9월 21일(월)에 집중 개최됐다. 9월 17일(목)부터 22일(화)까지 운영된 ‘세계평화 주간’ 동안 경희 캠퍼스는 전 세계 학술·교육기관, 국제기구, 시민사회, 학생이 함께하는 평화의 장으로 변모했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미원평화상 시상식, 라운드테이블, 스페셜 렉처는 웹캐스트(pbf.khu.ac.kr)를 통해 실시간 중계돼 지구행성시민이 평화의 새 지평을 함께 모색할 수 있도록 했다.

기념식에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새로운 평화의 조건, 전일 정치의 미래’를 통해 문명사적 위기 속에서 인류가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과 시선을 넘어 미래를 위한 결단과 책임의 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전환을 이끌 역사적 동력은 시민 개개인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삶과 뭇 존재의 공존을 위한 시민 의식을 우리 스스로 일깨울 때, 인간과 생명의 존엄, 평화의 미래는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전일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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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은 마음을 세계와 우주로 연결하고 미래를 향한 초월적 감응 역량으로 승화하는 정치, 주어진 현실과 소망하는 미래의 조화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정치, 인간 내면의 향상과 공적 참여의 과업을 ‘전일 정치’라고 정의했다. 그는 “현실의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고 넘어서서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에 도전하는 열정과 초극의 실천이 함께할 때, 개인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위기 대응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내 마음과 의식이 행성 시민과의 연대와 결속을 이룰 때, 새 희망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파국으로 향하는 길에서 빠져나갈 기회, 아직 남았다”

이어서 미원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2회 미원평화상은 지난 80여 년 동안 과학적 통찰과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세계에 알려 온 ‘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이하 The Bulletin)’에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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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lletin은 매년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한다. 이 시계는 자정을 파국의 순간으로 설정하고,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통해 인류가 파국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공표된 시간은 시계 역사상 자정에 가장 근접한 ‘자정 85초 전’이다. The Bulletin의 경고는 절망적 선언이 아니다. 인류가 아직 선택할 수 있고, 미래의 시간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책임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알렉산드라 벨(Alexandra Bell) The Bulletin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수락사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평가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는 호소”라며 “시계에 남은 시간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자, 인류가 파국으로 향하는 길에서 빠져나갈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 연결돼 있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오늘의 위기는 국제 협력과 모든 사람의 참여를 필요로 하며 그 노력에 우리 공동의 생존이 달렸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행동에 나설 때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The Bulletin은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등 과학자들이 핵기술의 윤리적 책임을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한 독립 비영리 기관이다. 지난 80여 년 동안 과학적 통찰과 공적 책임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행동을 촉구해 왔다. 벨 회장은 “The Bulletin의 사명과 가치는 조영식 박사의 철학과 맞닿아 있고, 우리는 인류가 편협한 국익을 넘어 평화를 향한 공동의 헌신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조영식 박사의 견해에 공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일적 연결성·관계성 살펴 미래의 관점에서 상상·실천해야”

시상식은 조인원 이사장과 다니엘 홀츠(Daniel Holz) The Bulletin 과학·안보위원회 의장 겸 시카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의 기념 대담 ‘지구행성 미학을 찾아서’로 마무리됐다. 조 이사장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행성이 붕괴된다면, 우리가 쌓아온 문명 자체는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을 짚으며 “지구행성사회의 위기를 내 삶의 일부로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과 미래를 결합한 미학적 실천과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우리가 꿈꾸는 현실에는 항상 간극과 괴리가 존재한다”며 “그 차이를 메워나가는 것이 미학”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결단하는가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된다. 이러한 전일적 연결성과 관계성에서 생각해 보면,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상상과 실천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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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츠 의장은 “지구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 등장한 1947년에는 자정 7분 전을 가리켰고, 냉전 종식 직후인 1991년에는 17분 전까지 되돌아간 바 있다”며 “현재의 자정 85초 전은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인류가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게 선택해야 한다는 경고이자 행동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큰 가능성을 주는 동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자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과학계·정책결정자·시민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PBF는 45년 전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 제정부터 이어져 온 평화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성찰하고 인류가 함께 열어갈 새로운 평화의 조건을 모색한 자리였다. 역사상 유례없는 기후위기와 핵 위협,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위기로 인류의 실존이 위협받는 오늘, 평화를 더 이상 전쟁의 부재로만 이해할 수 없다. 45년 전의 ‘긴급한 요청, 평화는 개선(凱旋)보다 귀하다’라는 메시지는 오늘도 유효하다.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를 위해 어떤 삶과 정치, 문명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인가. 지구행성시민과 함께 그 길을 찾아가는 경희학원의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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