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러시아군, 우크라 남녀 가리지 않고 성범죄···4세 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피해자”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라고 밝힌 사건 이후 모스크바의 한 정유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오른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최소 100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이 전쟁 포로와 민간인에 대한 고문이나 비인도적·굴욕적 처우 또는 처벌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24일부터 지난 7월31일까지 발생한 1004건의 성폭력 사건을 분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OHCHR에 소속한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HRMMU)의 피해자 수백 명에 대한 인터뷰와 법원 문서 등 분석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사례의 89%가 러시아 군인·연방교정국(FSIN)·연방보안국(FSB) 등 러시아 측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1%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국가보안국(SBU) 등 우크라이나 측 소행이었다.
러시아 측 가해자들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과 러시아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우크라이나 포로 및 억류된 의료진,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성폭력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나 구금·이송·심문·수감·포로 교환 및 석방 등 구금과 억류의 전 과정에 걸쳐서 성폭력 피해가 보고됐다. 성폭력 행위도 집단 강간·강간과 성고문, 강제 나체, 성적 모욕 등 다양했다.
2022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포로는 수용소에서 심문을 받던 중 성기 등을 발로 차이는 폭행을 정기적으로 당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심문관은 “너 같은 생명체를 낳지 못하게 하겠다”며 성폭행 가해를 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4세 유아부터 82세 노인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있었다. OHCHR이 확인한 피해자 892명 중 727명(약 82%)은 남성으로, 구금 시설에 억류된 이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하지만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는 여성과 어린이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구금되지 않은 민간인 피해자는 여성 72명, 남성 8명, 아동 15명으로 총 95명이었다.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한 여성은 구금된 남편을 더 잘 대우해주겠다고 약속한 러시아군 병사에게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 헤르손 지역의 한 가정집에서는 러시아 군인이 머물면서 9살 아들과 함께 사는 여성을 매일 밤 성폭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러시아 및 제3국 국적의 포로와 분쟁 관련 억류자들을 대상으로 112건의 성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포로 피해자 63명 중 45명(약 71%)은 체포 직후, 비공식 구금시설이나 이송 장소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정보를 얻거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심문 과정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 측 가해 사례에선 아동 피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러시아를 ‘분쟁 지역 성폭력 의심 국가’ 명단에 추가했다. 이 명단에는 수단·소말리아·아이티 등이 포함돼 있고, 러시아와 함께 이스라엘이 추가됐다. 러시아 헌법과 형법은 고문을 금지하고 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폭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 공격의 심각한 특징”이라며 “가해자가 누구든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에 의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러시아 당국은 민간인과 전쟁 포로를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고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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